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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원의 軍플릭스] “경항공모함은 충분조건 아닌 필요조건”
뉴스종합| 2021-04-25 16:36
경항공모함(3만t급) 확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경항모라는 특정 무기체계 전력화에 앞서 미중갈등을 비롯한 국제정세 급변 속 국가전략과 해양전략 수립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항모전단 개념도.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해군이 경항공모함(3만t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 대전략과 해양전략 수립에 따른 경항모 전력화를 비롯한 해군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정학의 귀환, 미중갈등 격화, 동북아 군비경쟁 심화 등 국제정세 급변 속에 경항모 개발·운용에 앞선 국가전략 마련이 우선돼야한다는 것이다.

해군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한반도 해양안보와 미래 해군전략’을 주제로 진행한 정책포럼에선 이 같은 제언이 쏟아졌다.

먼저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가 되길 바라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큰 틀의 국가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은 “한국은 그동안 주도적 체계 없이 수동적으로만 대응해왔다”며 “전략을 수립해 이행해본 경험도 없고 동맹에 편승하느냐, 남북관계를 잘 해야하느냐와 같은 지엽·말단적 문제에 맞춰 살아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과 잘하면 되고, 미국과 동맹이면 끝인가, 어떤 게 맞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찾는 노력이 없었다”면서 “일단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면 해양전략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국가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해군이 경항모와 관련해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개별 플랫폼을 통해 해양전략, 국가전략, 대전략으로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면서도 “대전략은 무엇이고, 국가전략과 해양전략이 무엇이고, 거기에서 도출되는 격차를 경항모가 어떻게 메꿀 수 있다고 설명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한다”고 주문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해군 비전 2045’가 굉장히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은데 세계국가로의 비전을 담아야 한다”며 “경항모라는 무기체계 하나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순서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다만 “세계전략을 갖추고 경항모로 가면 좋겠지만 순서를 바꿔 경항모가 먼저 온다고 하더라도 세계국가 비전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다시 순서를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역시 “대한민국의 대전략이 무엇이냐”면서 “한국이 어디 서있어야 하는지 군이나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있어야하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미중갈등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한국은 이중적 어려움이 있다”며 “장기적인 위협과 동시에 당장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경항모 보유에 대한 찬성·반대에 앞서 미중갈등 격화를 비롯한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세 변화에 직면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경항모 보유를 비롯한 해군전력 증강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해양강국전략을 언급한 뒤 “미중경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심화될 것”이라며 “국익 우선 관점에서 이익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실행하면서 동시에 경항공모함, 차기 잠수함 등 전력증강 사업을 추진하는 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도 “국가의 목표가 생존과 번영이라고 볼 때 해군은 국가안보와 생존을 지키는 안보군일 뿐 아니라 번영을 위한 경제군이자 국가위상을 위한 외교군, 미래군이라 할 수 있다”며 “해군전력 향상을 위해 경항모라든가 원자력잠수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민교 서울대 교수 역시 “앞으로 세계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바다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고, 바다를 지키지 않으면 무역을 지킬 수 없고, 무역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경제를 지킬 수 없다”면서 “경항모가 모든 문제를 풀어줄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는데 경항모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석종 해군참모초장은 이날 포럼 환영사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예측하기 어렵고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며 전장 영역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이버·우주 공간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해군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력 강화 방안으로 경항공모함과 한국형 차기구축함·잠수함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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