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128억년전 우주, ‘태초의 빛’ 찾았다”
뉴스종합| 2015-11-09 11:28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우주 생성 초기인 빅뱅 후 10억년 시기의 빛을 국내 연구진이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우주초기 천체의 역사를 이해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국내 연구진이 128억 년 전의 ‘거대질량 블랙홀’ 천체인 ‘퀘이사’를 세계에서는 3번째, 한국에서는최초로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무게가 태양 질량의 백만 배에서 백억 배에 이르며 보통 은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거대 질량 블랙홀 주위에 물질이 유입되면 강착원반이 생기는데, 여기서 강한 빛이 나온다. 초거대블랙홀의 존재를 알려주는 이러한 발광 천체를 퀘이사라고 부른다. 

한국 연구진이 관측한 퀘이사의 이미지.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매우 붉게 보인다.

퀘이사는 빅뱅 이후 약 10억년 시기의 어두웠던 초기 우주를 밝힌 원인 천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데 단서 역할을 할것으로 꼽히는 존재다. 우주는 빅뱅이후 수 억 년이 지난 후 최초의 천체들이 탄생하면서 서서히 밝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시기의 빛의 주 원천이 되는 천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선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퀘이사는 바로 그 후보 중 하나이다. 퀘이사는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거대질량 블랙홀 주변으로 별과 가스가 떨어질 때 나오는 마찰열에 의해 은하보다 수 배에서 수백 배나 밝게 빛나는 천체이다. 이 때문에 초기 우주 빛의 주원천이 됐을 가능성이 높게 꼽히는 천체이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선 초기우주에 퀘이사가 얼마나 많이 존재했는지 알아야 한다. 특히 퀘이사 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통 밝기 퀘이사’(은하보다 10배 정도 더 밝은 퀘이사)의 수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초기우주의 ‘보통 밝기 퀘이사’는 매우 멀리 있어 어둡고 드물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광시야 적외선 관측이 가능한 UKIRT 4m망원경을 비롯하여 미국 맥도널드 천문대 2.1m망원경, 하와이 CFHT 3.6m 망원경 등을 사용하여 초기 우주 퀘이사 후보를 찾기 위한 탐사관측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IMS( Infrared Medium-deep Survey)라고 명명된 이 탐사관측을 통해 퀘이사 후보 천체를 선별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퀘이사인지, 그러고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천체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급 망원경을 사용한 관측이 필수적이었다고 천문연은 설명했다.

이 때 연구진이 활용한 것이 미국 하와이와 칠레에 각각 하나씩 위치한 제미니 천문대다. 제미니 천문대는 세계 최대급 구경 8m 망원경 두 대를 보유하고 있고, 천문연이 때마침 올해부터 제미니 천문대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계기가 됐다. 연구진은 제미니 망원경을 이용해 세계에서는 3번째, 한국에서는 최초로 초기 우주의 보통 밝기 퀘이사를 찾게 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퀘이사를 IMS J220417.92+011144.8(약자: IMS J2204+0111)이라 명명했다. 이 퀘이사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약 십만에서 백만 배가량 되는 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IMS J2204+0111 퀘이사와 다른 퀘이사 후보 천체들로부터 우주 초기 보통 밝기 퀘이사의 수밀도를 추정한 결과, 우주 초기의 빛 중에서 퀘이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미만으로 그다지 많지 않음을 밝혀 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주공간의 물질들은 우주의 나이 약 10억년 가량, 즉 IMS J2204+0111이 있었던 시절에 이온화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우주의 재이온화라고 한다. 우주 초기 은하 구조 형성을 이해하는 데 우주를 이온화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발견은 퀘이사에서 나오는 빛이 우주의 재이온화에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천문연은 “이번 초기우주 퀘이사 발견은 앞으로 초기우주 천체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는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인 천체물리학저널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학술지에 10일자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임명신 교수가 이끄는 초기우주천체연구단 연구원 15명과 천문연 김민진 박사를 비롯한 2명의 연구진에 의해 이루어졌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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