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벚꽃대선과 트럼프에 대한 옛 천재의 조언
기사입력 2017-02-02 11:31 작게 크게

한(漢)나라 문제(文帝)는 ‘문경지치(文景之治)’라는 중국 통일제국 최초의 태평성대를 이끈 인물이다. 당시 가의(賈誼)라는 천재가 있었다. 그가 쓴 과진론(過秦論)과 치안책(治安策)은 진(秦)의 몰락 원인분석과 이에따른 한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담고 있다. 이미 대선국면에 접어든 우리의 정치권과,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미국 모두를 관통할 지혜가 이 책에 꽤 많이 담겨 있다.

먼저 과진론의 한 부분이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에게는 누더기 옷도 도움이 되고, 배고픈 사람에게는 술지게미도 달다. 천하백성들의 애달픈 하소연은 새로이 등극한 왕자의 자산이다”

가의는 중국 최초의 농민반란인 진승과 오광의 난이 성공했던 이유로 백성들의 아픔을 꼽았다. 백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면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줄어드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백인들의 분노가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황당해진 민심을 달래는 일은 올해 우리 대선의 화두다. 권력을 잡은 뒤 펼쳐야 할 정책의 올바른 철학도 제시했다.

치안책은 “(진시황 치하에서) 다수는 소수를 억누르고 슬기로운 자는 어리석을 자를 속이고 용감한자는 겁쟁이를 으르고, 젊은이는 노인을 능멸하여 그 어지러움이 극에 달했습니다…오늘날에는 이익을 좇는 데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그들이 행위의 옳고 그름을 거의 헤아리지 못할까 걱정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사실 최후의 수단이다. 약육강식은 인간과 금수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패기만 앞세우고 경륜을 무시해 낭패를 본 사례는 역사에 수두룩하다.

가의는 ‘다름’에 대한 이해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호인과 월인은 태어날 때는 목소리가 똑같고 기호와 욕망도 다르지 않지만 장성하며 풍속이 형성되면 몇 차례나 통역을 거쳐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등장한 예양(豫讓)의 얘기도 소개했다. 지백의 신하였던 예양은 지백을 죽인 조양자(趙襄子)에게 집요하게 복수를 시도한다. 이런 예양을 붙잡은 조양자가 묻는다. “그대는 중행(中行)을 섬기다 주인을 바꿔 지백의 신하가 되었다. 그런데 왜 이리 복수에 집착하는가” 중행을 멸한 지백을 섬겼으니 이미 지조를 꺾지 않았느냐는 조양자의 은근한 힐난에 예양이 답한다. “중행은 나를 평범한 사람으로 대했지만, 지백은 나를 큰 인재로 대접했다. 복수는 그에 대한 보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경제에서는 보호무역 기치를 올린 것도 모자라 최근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독일까지 환율조작국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행동은 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하지만 상대를 극단의 ‘악’으로 규정하면 그 상대역시 나를 ‘악’으로 규정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국내에서는 ‘보수꼴통’과 ‘종북타령’이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길지 않은 글 두 편에 숨은 뜻이 새삼 대단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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