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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 IT 공룡들, 트럼프 세제개혁에 실망한 이유는?
뉴스종합| 2017-04-28 10:01
-현행 35%인 ‘본국 송환세’ 감면 내용 빠져
-‘2300억달러 해외 파킹’ 애플 등 IT기업들 실망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돌아갈 이유가 없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 감면 카드로 해외매출이 많은 애플 등 IT업체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숫자 없는 ‘모호한’ 감면 대책 만으론 해외서 벌어들인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세율로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35%→15%)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애플 등 IT 기업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IT 기업들의 큰 고민이자 이슈인 해외현금 송환세 감면에 대한 내용이 제외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26일 발표한 세제개혁안에 IT업체들이 기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했던 해외매출에 대한 세금(송환세) 감면 혜택이 빠졌다. 그동안 백악관 관계자들은 “현행 35%인 송환세율이 10%로 크게 낮춰질 것”이라고 말해왔으나 실제 발표 땐 이 내용이 쏙 빠졌다. 단지 “1회만 부과하겠다”(one-time tax)는 올드 뉴스(old news)만 포함됐다.

이에따라 애플처럼 해외에 막대한 현금을 모아둔 IT기업들의 주가는 감세안 발표 이후 오히려 하락했다. 애플 주가는 전날대비 0.59% 하락했고 MS -0.13%, 알파벳 -0.07%, 시스코 -0.06%, 오라클 -0.07% 등 주요 IT 기업 주가 모두 하락했다.

애플 등 IT기업들은 현금부자다. 대부분의 현금은 미국이 아닌 해외에 뒀다. 미국의 법인세율이 높기 때문이다.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미국 비금융기업이 해외에 보유한 현금은 1조3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 중 30% 가량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등 5개 IT업체에 몰려 있다.
현금 보유 1위는 애플이다. 기업이 갖고 있는 전체현금의 93%인 2300억 달러를 해외에 두고 있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1130억달러), 시스코(620억달러), 오라클(520억달러), 알파벳(490억달러) 순으로 2~5위를 차지했다.

‘법인세율 15%’는 IT 기업들의 구미를 전혀 당기지 못했다. 이미 이들은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등에 자회사를 만들어 20%를 밑도는 세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송환세율을 10%로 명시하지 않은 이상 돌아갈 요인이 없다는 게 이들 IT공룡들의 입장이다. 향후 부과될 1회성 세금이 엄청난 세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올해 초 감면안에 기대감을 보이며 ”올해 해외에서 더 많은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수 있겠다”고 밝힌 애플은 이번 감면안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전문서적 ‘더 베어 트랩스 리포트’의 저자 로렌스 맥도날드는 “시장의 기대가 컸다. 전반적 감세안과 송환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구체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송환세 인하는 분명이 있을 것”이라며 “대신 민주당을 의식해 백악관이 모든 카드를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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