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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부동산정책, 9월 대책엔 희망을 담아라
기사입력 2017-08-09 11:28 작게 크게

‘방귀 뀐 놈이 성낸다’. 지난 2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슬 퍼런 표정을 지켜보며 이 속담이 떠올랐다.

국민이 무슨 죄 인가. 공염불에 그쳤던 정부의 사탕발림에 번번이 속았던 게 죄라면 죄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 탓에 월급쟁이가 15년간 단 한푼 안 쓰고 꼬박꼬박 벌어 모아야 서울 변두리에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런 웃지 못할 슬픈 현실 앞에서, 주무부처 장관의 일성은 ‘투기세력 소탕’이었다. 국세청을 동원한 투기 자금 출처조사로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던 지난 2002~2003년 정부 인식과 다르지 않았다.

투기로 치부한 이들의 잘잘못에 연연할 때 인가. 법규를 어기지 않는 한 자본주의 사회에선 누구나 돈을 불릴 권리가 있다. 이들은 부동산만한 돈 벌이 수단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초 저금리 시대라서, 기업의 이윤도 못 믿겠다 싶어서 저축과 증권투자를 등졌을 게다. 시중에 풀린 자금(유동성)이 건국이래 최대 규모다. 적법한 제도의 틀에서 부동산을 재테크 기회로 삼았던 이들을 투기꾼으로 몰고, 비난해선 안 된다. 결과가 뻔한데도 이를 방기한 정부가 석고대죄할 일이다.

오만했던 정부, 변심했던 정부의 잘못이 크다. 부동산 시세가 급등해 민심이 들끓는다 싶으면 투기세력 잡겠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경제가 안 좋아진다 싶으면 경기부양 한답시고 그간 동원했던 각종 규제를 죄다 푸는 등 오락가락 정책을 펴온 게 역대 정부다.

이 틈에 서민 등골만 터졌다. 빈부격차는 근로소득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의 성패로 확대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불과 6년 새 서울 강남의 신축아파트 시세는 대략 네 배까지 치솟았다. 이 즈음에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한 세대주들은 서울의 만년 전ㆍ월세살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근로소득에만 기대어 내집마련의 꿈을 좇는 20~40대 근로자들이 절망하는 건 당연하다.

8·2부동산 대책은 6·19 대책을 보완했다지만 종합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과열을 막기 위한 수요억제책일 뿐이다. 무게중심이 가계부채대책에 쏠려 있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계획이 충분치 않은 게 그 첫째 이유다. 연간 공공임대주택 17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 한, 액면대로 믿기 힘들다. 역대 어느 정부도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는 각각 20만가구, 100만가구, 80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급한 물량은 이의 절반도 안 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백지화된 사업도 부지기수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공공임대주택 대신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하겠다 했는데, 임기 중 사업 승인된 보금자리주택은 40만가구에 불과했다. 그나마 실제 준공된 물량은 13만6000가구에 그쳤다.

현재 계획한 주택공급 물량만으로도 서민의 주거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식의 과신은 금물이다. 멸실주택, 1인 독거가구 증가, 인구의 서울 집중화 현상을 감안해, 서울 인접지역에 신규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그린벨트해제 등 전향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좀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동산투기 수요를 막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전문 사모펀드를 활성화한다면 공공주택 건설 재원도 마련하고, 대체 투자수단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9월로 약속한 추가 대책에는 절망하는 서민들이 다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대책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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