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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회색 코뿔소’와 ‘덴마크 코끼리’
기사입력 2017-09-28 11:25 작게 크게

포유류의 뿔은 대부분 머리 좌우로 쌍(雙)이다. 외뿔(종에 따라 2개인 경우도 있음) 포유류는 코뿔소 뿐이다. 말 목에 속하니, 상상 속의 ‘유니콘’과 닮았다. 인도 코뿔소의 학명도 ‘Rhinoceros unicornis’이다.

초기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Sutta Nipta, 經集)에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반복된다. ‘무소’가 코뿔소다. 외뿔 처럼 모든 애욕을 끊고 홀로 진리를 추구하라는 뜻 정도로 조심스레 풀이해 본다. 유명한 공지영의 소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듯 싶다.

무소의 뿔은 뼈가 아니라 피부가 변한(毛束) 형태다. 한방에서 서각(犀角)은 아주 귀한 약재로 꼽힌다. 여러모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무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금산 복합그룹의 잠재위험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했다. ‘회색 코뿔소(Grey Rhino)’ 개념은 위기관리 전문가라는 미셸 부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했다.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뜻한다. 2008년 등장한 ‘블랙스완(black swan)’의 반대 개념으로 유명세를 탔다.

코뿔소는 단독생활을 하며 초식이어서 성정이 사납지 않다. 괴롭히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큰 덩치와 두꺼운 피부 덕분에 천적도 거의 없다. 치명적으로 코쁠소를 괴롭힌 건 인간이다. 약재 또는 장식으로 무소의 뿔을 탐냈다. 코뿔소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다. 인간을 위협하지 않던 코뿔소는 미셸 부커로 인해 위험의 상징까지 됐다.

본질이 왜곡된 ‘회색 코뿔소’ 보다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좀 더 과학적으로 보인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하인리히는 통계를 통해 이를 입증하려 애썼고, 현실에 적잖은 도움도 줬다.

금산 복합그룹에 문제가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리스사 설립과 차입은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다. 신용카드 사태와 동양그룹 사태 등에도 책임이 있다. 총수의 아들들이 계열 캐피탈사에서 큰 돈을 빌려 회사 지분을 산 경우도 있었고, 계약자가 맡긴 돈으로 지배력을 강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투자자의 돈으로 만든 사모펀드의 이권을 총수 일가가 편취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덴마크 코끼리(Denmark Elephant)’라는 일종의 게임이 있다. 9의 배수는 각 자리 수의 합이 항상 9가 되는 수학원리와, ‘조건화된 반응’이라는 심리현상을 결합한 형태다. 1~9까지 숫자를 자유롭게 선택해도 결국 종착점은 ‘덴마크 코끼리’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부재 탓인지, 감독역량 또는 의지의 부족 때문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개념은 결국 지주체제와 금산분리의 방향이다. 현행법 체제에서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들어간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결국 지배구조 변화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집단과 권력의 대결이다. 통합감독은 ‘재벌개혁’이란 답을 얻어내기 위한 ‘덴마크 코끼리’ 게임이다. 누구도 가여운 코뿔소는 아니다.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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