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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증평 모녀 비극, 복지 사각과 사회 무관심이 낳은 결과
뉴스종합|2018-04-09 11:23
4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복지 사각시대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충북 증평 한 임대 아파트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40대 여성이 네살바기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복지시스템을 개선했다고 큰 소리쳤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우리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손봐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음이 또 울린 셈이다.

송파 사건 이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관련 법제를 대폭 정비했다.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세대를 없앤다는 게 그 핵심이다. 수급자 선정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고, 대상자 발굴을 위한 정보 공유도 확대했다. 단전, 단수, 가스공급 중단, 건강보험료 체납 등 14개 공공기관의 27개 정보를 활용해 고 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집중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취지대로 된다면 나무랄데가 없는 제도 보완이다.

실제 이를 통해 증평군만해도 올들어 122세대의 사각 세대를 찾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구멍은 숭숭 뚫려 있었다. 증평 모녀의 경우 임대 아파트 보증금이 1억원이 넘어 복지 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건강보험료가 5개월 체납됐지만 5만원 이하 6개월 이상 밀려야 통보 대상이 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관리비를 석달 이상 내지 않아도 공동주택이라 단수 단전이 되지 않아 역시 대상에서 빠져 정부의 데이터 망에 잡히지 않은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주위의 무관심이다. 지난 해 12월부터 이들 모녀 세대의 수도 사용량이 ‘0’였고, 우편함에는 연체된 카드 대금 등 각종 독촉장이 수북했다고 한다. 그렇게 석달이 지났는데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관리비가 몇 달씩 밀릴 때까지 관리사무소 조차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경찰은 이들이 두 달 전에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러한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는 얘기다.

올해 복지 예산은 144조7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4%에 이른다. 결코 적지않은 규모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 안전망은 아직도 취약하다. 송파에 이은 증평 사건이 그 증거다. 제도 전반을 재 점검하고 더 꼼꼼하게 주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과 무지 등으로 자신이 복지 대상자가 되는지도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 계층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이들을 다 찾아낼 수는 없다. 이웃의 관심과 애정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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