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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착각·후회·집착…AI는 결코 흉내내지 못할 인간의 본질
라이프| 2018-07-20 11:10
뇌과학은 현대 과학의 꽃이다. 뇌를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게 됐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랜 질문과 인간 고유의 특성을 밝히는데는 사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을 국내에 소개하고 라캉, 데리다, 푸코 등 후기 구조주의를 선보인 영문학자가 뇌과학의 핵심에 다가갔다면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권택영 경희대 명예교수가 펴낸 ‘생각의 속임수’(글항아리)는 이야기, 문학을 평생 탐구한 내공을 바탕으로 철학과 고전, 인접 학문을 넘나들며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낸 역작이다.

저자는 특히 우리의 기억에 주목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과거를 회상하는 능력에 있다고 단언한다. “회상은 의식의 진화에 의해 나타나는데 이 자의식은 경험을 무한히 수용하기 위해 저장을 뇌의 다른 부분, 즉 ‘기억의 흔적’에 넘긴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인간을 결정짓는 이유다. ‘의식’은 시간을 따르는데 ‘흔적’은 시간을 따르지 않는다. 생각의 속임수란 바로 이런 뇌의 이중장치에 의해 나타난다.

고독을 느끼거나 착각을 한다든지, 후회, 집착, 공감이나 알면서 하지 않거나 모르면서 하는 행동은 이런 뇌의 이중장치의 결과다. 저자는 이를 ‘생각의 속임수’라고 말한다. 이는 바로 상상력의 원천이며, 이 허구성이야 말로 인공지능이 결코 흉내 내지 못하는 뇌의 고유한 인문학적 기능이라는게 저자의 통찰이다.

저자는 영화와 고전문학, 프로이트와 제임스 심리학, 뇌과학의 연구성과 등을 통해 의식과 감각(흔적)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균형이 깨졌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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