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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수의계약 관행, “유착 의혹 심각”
뉴스종합| 2021-10-08 10:47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관행처럼 해왔던 협력업체와 ‘수의계약’에 심각한 유착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규정에 어긋나는 물품을 수년동안 수백억원이나 받았으면서도 그냥 넘어가는가 하면, 성과공유제를 이용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국회의원(광주북구갑, 국토위·예결위)은 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 국정감사에서 “도공이 2018∼2020년 3년간 도로전광표지판 50건, 폐쇄회로TV 10건, 차량검지기 6건, 무정전전원공급장치 6건, 차로제어시스템 4건 등 총 76건 252억2210만원 규모의 가짜 기술개발제품을 남품 받았다”며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명시한 수의계약 조건에 어긋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국가계약법 맞지 않는 제품 수의계약=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기업은 중소기업자가 직접 생산한 NEP인증제품, 성능인증제품, 조달청 우수조달제품, GS품질인증제품 등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도공이 수의계약으로 받은 제품은 이런 품질 규격에 어긋나는 제품이었다.

조 의원은 “당초 도공은 수의계약이 가능한 NEP인증 21건(59억4210만원), 성능인증 11건(34억8939만원), 우수조달제품 7건(33억6023만원), GS품질인증 37건(140억6227만원)의 기술개발제품들을 납품받기로 계약을 맺었다”며 “하지만 정작 납품된 제품은 약속했던 특정규격의 기술개발제품들이 아닌 도공의 ‘물품별 표준시방서’ 규격만 충족한 일반제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도공은 NEP인증 등 특정규격이 포함된 기술개발제품이라는 이유로 수의계약을 맺는 경우 계약의 성질, 규격서, 기술개발제품의 규격 등을 면밀히 검토해 납품을 받아야 하지만 검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결국 도공은 ‘눈 뜨고 코 베인’ 격으로 업체들의 수의계약 사기에 당했거나 계약과 다른 제품이 납품되었지만 검수과정에서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실무, 납품 부서의 유착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사기친 업체는 계약 파기와 입찰자격 정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하고 도공은 사기인지 유착인지 정확하게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 [연합]

▶“성과공유제도 의혹 많아”= 조 의원은 이날 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성과공유제’도 특정업체의 수의계약 확대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실에 따르면 도공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3개 업체를 상대로 17건의 성과공유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지급방식이 현금은 미미하고 수의계약을 해주는 간접 지원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지급액 규모가 총 123억5456만원이라고 하지만 수의계약을 새로 맺거나(4건, 86억8069만원), 수의계약 물량을 확대(3건, 35억9373만원)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현금보상은 10건 모두 합해도 8014만원밖에 안된다.

주목할 만한 건 성과공유 명복으로 수의계약과 물량확대를 받은 6개 업체(공동수행 제외)가 전체 물량의 99.4%인 총 122억7442만원을 싹쓸이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7개 업체는 500만∼600만원의 현금보상을 받는 게 전부였다.

사실상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보인다는 게 조 의원실의 판단이다.

성과공유제 혜택을 준 협력업체가 낸 성과라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대부분 신기술 개발과 거리가 먼 지능형교통시스템 유지 관리 등 ‘유지관리 업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성과공유제 실적 평가에서 도공의 성과공유제 실적은 낙제 수준이다. 지난해 등록과제평가는 0.26점(0.5점 만점), 확인과제평가는 0.16점(1.0점 만점)을 받아 최저 수준이었고, 2019년에도 등록과제 0점, 확인과제 0.8점, 성과공유 금액 0.6점(1.0점 만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조 의원은 “도공과 유착의혹 등 수십년간 물의를 빚었던 A업체가 성과공유제를 통해 수십억의 수의계약을 했던 점도 발견했다”며 “뿌리깊이 썩어있는 관행과 적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성과공유제와 수의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실태점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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