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청소년 환자 CCTV 감시하고 등교 막은 정신병원…“인권침해”
뉴스종합| 2022-02-15 12:01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해 감시하면서 수업까지 듣지 못하게 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과 대안학교를 함께 운영하는 A사단법인 대표에게 환자 개인 특성에 따른 행동수정계획을 수립하고 인권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과 관할 시교육감에게 청소년의 적절한 치료, 보호와 교육 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 A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정신병원에서 청소년에게 과도한 행동규칙을 부과하고 CCTV를 설치, 운영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이후 현장조사에서 다른 피해 사례가 다수 확인됨에 따라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해 9월 기준 14~19세 청소년 19명이 조울증, 우울증 등으로 입원해 있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같은 사단법인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직권조사에서 병원 내 휴대전화 소지·사용이 일률적으로 제한되고, CCTV 설치 목적이나 촬영범위 등에 관한 사전 안내와 동의 없이 병실과 교실에 CCTV가 설치·운영됨에 따라 입원 청소년 환자들의 사생활과 행동자유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관할 보건소가 2017년 시정 조치를 했으나, 2019년부터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사실도 확인됐다.

과도한 행동규칙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도 있었다. 환자들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행동규칙을 정해 놓고, ‘행동문제’ 발생시 수업참여 제한, 격리·강박 등의 행동제한을 가하고 있었다. 행동문제에는 신체 폭력, 물건 갈취 등의 문제뿐 아니라 연락처 교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 등도 포함됐다.

더불어 일부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진에게 두 손 모아 인사하기 등 별도 행동규칙을 부과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4시간 격리하기도 했다. 이처럼 촘촘하게 정해진 행동규칙 때문에 환자들은 하루 평균 4~5개의 행동제한을 당했고, 자해·타해의 위험이 없는데도 예의 없는 태도 등의 이유로 부당하게 격리됐다.

또 자해·타해 위험, 업무방해, 투약시간 미준수 등을 이유로 1~7일 수업참여를 제한하거나, 수업참여 제한에 따른 대체 과제를 작성하지 못했을 경우 격리 조치를 하면서 학교에는 출석 통보하기도 했다. 이는 치료 목적이 아니라 관리 편의성 및 처벌 목적으로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이 밖에도 복지부 지침에서 규정한 미성년자 격리 최대 허용시간인 12시간을 초과해 격리하면서도, 그 적합성을 심의하는 전문가 회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권위는 “청소년 대상 정신의료기관의 이처럼 심각한 인권침해는 인권위 설립 이후 매우 이례적 사례”라며 “청소년기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적 개입과 학습권 보장 등 통합적 개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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