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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꿨죠”…롯데건설이 디벨로퍼로 가는 이유 [부동산360]
부동산| 2022-07-20 09:37
정승원 롯데건설 개발사업3팀장[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속가능한 부동산 개발사업.’ 롯데건설은 단순 도급 시공사에서 직접 사업을 만들어가는 종합 디벨로퍼로 경계를 넘으려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남들이 포기한 도시개발사업지를 오히려 기회로 포착해 수익을 냈듯이, 현재의 금리인상기에도 선제적으로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포석이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연초 신년사에서 종합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롯데캐슬’로 대표되는 시공사에서 벗어나 종합디벨로퍼로 거듭나는 이런 롯데건설의 비전을 디벨로퍼 사업의 선봉을 맡고 있는 정승원(사진) 개발사업팀 팀장을 만나 들었다.

정 팀장은 “국내 건설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게다가 최근에 자잿값, 기름값 등이 인상되면서 건설사 전체에 리스크가 커졌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한정된 공사만 하는 시공사는 리스크를 헤지(hedge)할 수 없지만 시행사는 개발을 하면서 발생하는 매출의 크기를 키울 수가 있다. 똑같은 땅을 가지고도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택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최근 시공사와 시행사, 금융사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팀장은 “이 부동산 개발의 3대 축이 예전에는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범위를 넘나드는데 시공사는 건설기술이란 원천이 있고, 사업계획에 대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한발 더 앞서 나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건설이 나아갈 길 역시 종합 디벨로퍼라는 데 전사적인 이해가 공유되어있다고 밝혔다. 이미 롯데건설은 그동안의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온 바 있다. 수원 망포, 인천 계양 효성, 서울 서초 내곡지구 헌인마을, 용인 신동백, 김포 신곡지구 등 굵진한 사업이 모두 롯데건설이 주도하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사례들이다.

정 팀장은 “주거용도가 아닌 자연녹지 등의 땅을 싸게 사서 인허가를 받고,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면서 동시에 아파트 용지를 개발하는 도시개발은 디벨로퍼 입장에선 가장 큰 사업”이라며 “못해도 5년 이상 사업을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본력이 있고 사업 인허가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 뛰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위 사업지들은 모두 지난 2007년~2008년 금융위기 때 기존 건설사가 부도가 나며 부실채권(NPL)으로 나온 사업을 롯데가 공매를 통해 사들인 곳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정 팀장은 “20~30%, 심하면 50%씩 채권을 할인해서 가져왔다. 결국 그 사업지들이 지금 준공을 마쳤다는 것은 롯데건설이 상품의 내재가치를 알아보는,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도 롯데건설은 이 부실채권들을 눈여겨보고있다. 작년까지는 이런 물건이 안 나왔다. 어떻게든 사업이 다 됐으니까. 하지만 고금리 시대에 사업계획대로 되지 않아 청산가치로 나오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사업이 안되는 곳은 없다. 단순히 사업계획이 잘못된 것이니 저희가 적시에 가져와서 좀 더 보완된 사업계획으로 매입 가치 이상으로 뽑아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이 올해 들어 케이클라비스 등 자산운용사와 연이어 손 잡고 있는 이유도 NPL 투자와 더불어 디벨로퍼로서 금융구도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정 팀장은 다만, 롯데라는 대기업으로서 늘 사회 환원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전문적인 디벨로퍼 업체처럼 공격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못한다고 털어놨다. 정 팀장은 “작은 업체들은 토지를 사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저희 같은 대형사 입장에서는 토지확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종합적인 준공 때까지의 개발 사이클을 검토하다보니 안정된, 합리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토지확보-인허가-사업계획 관리-분양-현장공사 및 예산관리-입주-준공-정산업무’ 라는 전체 개발 사이클을 몸소 관리해온 이력이 있다. 그는 2004년 입사해 18년동안 개발업무에만 몸 담아왔는데, 지난 2013년에는 1호선 금천구청역 앞 도하부대를 이전한 자리에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 아파트 4500가구와 판매시설 2만평을 개발하는 사업의 프로젝트매니저(PM)도 역임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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