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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KPGA경기위원의 ‘새 골프룰 체험기(2)’- OB와 샷 순서
뉴스| 2018-12-14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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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위원이 버디 퍼트를 놓치자 안타까워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한 새 골프 규칙으로 미리 플레이 해본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전편이 나갔으니 혹시 안 봤다면 전 편(12월8일자)을 보고 오면 좋을 것 같다.

네번째 홀(13번홀)은 긴 파4였다. 나는 블랙티에서 플레이 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화이트티에서 치고. 그러고 보니 ‘다른 플레이어’라는 말도 새 규칙에 따른 용어다. 그 전에는 우리가 한 스트로크 경기라면 동반자 혹은 동반 경기자(fellow competitor)라고 불렀다. 이제는 동반경기자란 용어는 없어졌다. 플레이어와 다른 플레이어로 구분한다. 매치 플레이에서 쓰는 상대방(opponent)은 그대로 남아 있다.

앞 조가 조금 늦게 세컨드 샷을 하고 그린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화이트티에서 다른 플레이어가 먼저 티샷을 했다. 경기 속도를 높이려고 한 것이다. 스트로크 플레이어에서는 옛 규칙으로도 플레이 순서가 틀려도 벌타가 없다. 새 규칙은 아예 대놓고 순서 상관 없이 준비한 사람부터 칠 수 있게 바꿨다. 그래서 비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플레이어들이 먼저 치게 했다. 말 하고 보니 어느 틈에 제 자랑이 됐네. 이런!

내 티샷은 기가 막히게 날아갔다. 160미터 가 남았는데 홀 전체 길이가 430미터 가까이 됐으니 제법 날린 셈이다. 여기서 나는 6번 아이언으로 홀에 바싹 붙였다. 두 발짝짜리 사이드 브레이크 버디 퍼팅을 남기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플레이 할 때 어수선했다. 순서에 상관없이 플레이를 하다 보니 그랬다. 온 그린 했지만 홀에서 더 멀리 있는 플레이어가 퍼팅을 하려고 할 때 홀 가까운 프린지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가 먼저 칩샷을 하는 식이었다.

칩샷한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리려고 그 플레이어 캐디가 걸어가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가 퍼팅 하는 등 엉켜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분명 플레이 속도는 옛 규칙보다 빠르지만 나처럼 버디 찬스를 맞은 상황이라면 느긋하게 플레이 해야 손해를 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수선한 통에도 용캐 버디 퍼팅을 떨어뜨려 1언더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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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밸리 골프장에는 오비 말뚝이 없어서 티샷이 옆홀로 가면 거기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섯번째 홀(14번홀)은 티샷을 남의 홀로 보냈다. 그 덕에 ‘버디값 한다’는 놀림을 받았다. 로터스밸리 골프&리조트는 아웃오브바운드(OB)를 새 규칙과 딱 맞게 적용하고 있었다. 홀과 홀 사이에는 OB가 없는 것이다. 다른 홀로 넘어가면 OB라고 정한 많은 국내 골프장은 내년부터 어떻게 대처할까 하고 잠깐 궁금해졌다. 아마 플레이를 금지하는 ‘플레이 금지 구역(No Play Zone)’ 조항을 로컬룰에 넣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새 규칙으로는 어떤 지역에서 플레이를 금지하게 정할 수 있으니까. 새 규칙에 따르면 플레이 금지 구역에서 샷을 하면 2벌타를 받는다. 나는 옆 홀에서 120미터를 9번 아이언으로 쳤다. 볼은 깃대를 지나 프린지에 멈췄다. 내 볼보다 더 멀리 온 그린한 다른 플레이어가 이 홀에서 깃대를 꽂은 채 퍼팅을 했다. 그 덕에 나는 충분히 작전을 짜면서도 지체 없이 프린지에서 깃대 꽂고 어프로치를 할 수 있었다. 신들린 듯 홀인. 버디를 추가해 2언더파가 됐다.

여섯번째 홀(15번홀)에서는 8발짝 남은 파 퍼팅이 떨어질 듯 하다가 홀을 돌아나왔다. 떨어질 만도 했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홀 가장자리가 깨끗하게 커팅 돼 있지 않았다. 새 규칙은 홀이 손상됐을 때 플레이어가 고칠 수 있다. 옛 규칙으로는 어림없지만. 홀 가장 자리를 손대면 바로 벌타였다. 너저분한 이번 홀 가장자리를 내가 고치고 퍼팅 했어도 괜찮았을까 하고 잠깐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분명히 볼이 떨어지거나 깃대를 빼면서 손상돼야 고칠 수 있으니까.

일곱번째 홀(16번홀)에서는 ‘아차’ 싶은 일이 일어났다. 다른 두 플레이어가 아주 가까이서 동시에 샷을 한 것이다. 누가 다치지는 않았다. 서로 방해가 됐다고 눈살을 찌푸리지도 않았고. 그래도 생크라도 났으면 어쩔 뻔 했는가? 순서에 상관없이 플레이해도 되지만 안전한지는 꼭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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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볼이 한 벙커에 함께 들어간 경우에 주의할 사항이 있다.


전반 나머지 홀에서는 새 규칙으로 고민할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참고할 만한 상황은 하나 있었다. 여덟번째 홀(17번홀) 파3에서 나와 다른 플레이어 볼이 같은 벙커에 빠진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다른 플레이어가 먼저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볼 자리를 마크하고 볼을 집어 올렸다. 이 때 내가 볼을 닦으면 벌타를 받는 것은 옛 규칙이나 새 규칙이나 똑같다.

다른 플레이어가 치면서 내 볼이 있던 자리 모래가 푹 파였다. 그 자리는 원래와 최대한 비슷하게 해 놓고 내 볼은 리플레이스 한 것도 기억해 뒀다가 참고할 만하다. 규칙에만 신경을 쓴 탓일까? 나는 이 홀에서 엉터리 벙커샷을 해서 더블 보기를 기록했다. 이렇게 해서 전반은 1오버파로 마쳤다.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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