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여전해서, 고위층에서는 여성이란 존재 자체가 낯선 북한에서 남측과 대화하는 실무접촉 대표로 나선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북한의 수석대표로 나선 김성혜의 이날 옷차림,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세련된 외모는 마치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를 연상케한다. 크지 않은 키에 약간 통통한 외모지만, 비교적 잘 관리를 받아온 듯한 얼굴과 세련된 옷차림 등은 ‘굳은 표정의 초로(初老)’가대부분이었던 북한 관료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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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성혜는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다.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북한인사 명단에도 없다. 그러나 2005년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제15∼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수행원으로 참가했고, 다음해 6ㆍ15 남북 당국 공동행사의 보장성원(안내요원)으로, 또 2007년에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측 특별수행원들의 안내를 책임졌다. 우리에게는 나름 안면이 있는 인물로 북한에서는 몇 안되는 대남 접촉 경험이 많은 여성 관료라는 분석이다.
이날 김성혜의 등장 소식을 접한 통일부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것을 염두에 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포석 같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그간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에 대해 우리 여론이 매우 악화된 점을 고려, 세련된 외모의 여성을 앞세움으로써 이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밤 늦게까지 계속된 회담에도 결국 핵심인 의제와 방문 대표단의 격에 합의하지 못했지만,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이 비교적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는 점도 일종의 김성혜 효과가 한 몫 했다는 것이다.
김성혜는 김일성대 출신의 엘리트 관료로 알려졌다. 과거 그를 북한 또는 각종 행사장에서 만나본 남측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한은 리설주를 등장시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성혜의 등장은 그 정도 파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경색 국면을 자초해온 북한이 앞으로 대화 과정에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만약 손자병법의 31번째인 미인계(美人計)가 아니라면.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