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경영 위해 거대한 조직 체계화 전략 … 분야별 전문 경영인 체제로 경쟁력 확보
모멘텀 보다 리스크 관리 '위기경영' 본격화 … 대형 게임사 중심, 경영합리화 가속 전망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대규모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전문 경영진 체제를 완성한데 이어 NHN은 기존 네이버와 한게임을 분할한다.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넥슨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기를 지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게임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경제 위기 때마다 국내 주가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은 벤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는 해외 자본에 취약한 단순한 기업 구조와 개발 스튜디오 중심의 비효율적인 경영 구조, 전문성이 부족한 경영진 등이 이유로 손꼽혀왔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조직 개편은 대형화된 조직을 합리적으로 이끌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조직을 나눠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전문성을 극대화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겠다는 포석이 녹아들어있다.
▲ 넥슨의 조직 개편은 신규 론칭 게임의 리스크 관리와 기존 캐시카우의 매출 유지ㆍ확대로 압축된다. 기존 게임산업이 모멘텀에 주목한 것과는 달리 리스크 관리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조직 개편, 경영진 교체 등의 카드를 뽑아들고 있는 이유는 지난 몇 년간 모멘텀 확보를 위해 진행된 인수ㆍ합병으로 거대해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구조 조정으로 시너지 창출
NHN은 지난 6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 방식으로 한게임을 분리하고 모바일 신규법인인 '캠프모바일'을 설립키로 결정했다. 또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한국 내 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는 '라인 플러스'도 설립한다.
이 같은 결단의 근거는 지난해 매출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난다. NHN(대표이사 사장 김상헌)은 2012년 연간 매출 2조 3,893억 원, 영업이익 7,026억 원, 당기순이익 5,456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매출이 전년 대비 12.6%, 영업이익은 7.1%, 순이익은 20.7% 상승한 수치다.
상당한 호실적이지만, 검색광고가 전년대비 11.5% 증가한 1조 2,065억 원을 기록했으며, 디스플레이광고는 전년대비 16.1% 증가한 3,467억 원을 달성한데 비해 게임은 전년대비 5% 감소한 6,084억 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물론, IT 서비스와 LINE 관련 매출 등으로 구성된 기타 매출은 전년대비 127.3% 상승한 2,277억 원을 기록하면서 게임 분야의 부진을 해소했다.
▲ NHN 그린팩토리 게임 분야의 매출이 감소한 이유는 국내 최대의 포털로써의 갖는 사회적 책무와 한게임의 게임 사업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NHN의 포털 사업과 한게임의 게임 사업은 성장기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유저풀과 파급력을 활용, 게임의 기반 유저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2000년 후반 게임의 역기능이 부각되고 웹보드에 대한 규제가 진행되면서 다소 보수적인 경영 태도를 보여 경쟁력이 약화됐다.
법인 분리를 통해서 한게임은 보다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하게 됐다. 더불어, 모바일 전문화 법인을 설립해 네이버와 게임의 공조를 더욱 공고하게 진행된다.
이 같은 NHN의 결정에 증권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을 통해 높은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NHN과 한게임의 합산 시가총액이 현재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증권가의 반응은 그동안 게임의 매출이 NHN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호실적에도 주가 견인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책임 경영으로 돌파구 모색
넥슨도 사업부문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퍼블리싱 사업본부를 폐지하고 론칭실을 신설하는 것이다. 넥슨은 그동안 기존 출시작들을 관리하는 라이브 본부와 출시를 앞둔 게임들을 전담하는 퍼블리싱 사업 본부로 이원화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주력 게임에 대한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고 게임의 특징을 고려한 전문성이 필요함에 따라서 새로운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향후, 론칭실에서는 서비스가 임박한 게임에 대한 업무만 담당하고 그동안 담당했던 게임들의 마케팅은 게임 중심으로 분산된다.
▲ 넥슨은 연내 판교 사옥 이전을 마무리하고, 내실 경영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월말 진행한 판교 사옥 상량식 모습
이 같은 조직개편의 장점은 본부로 승격된 '피파온라인3'를 통해서 명확히 나타난다. 이정헌 본부장이 이끄는 '피파온라인3' 본부는 앞으로 스포츠 게임으로써의 특징에 부합하는 장기적인 전략 구사가 가능해졌다.
이처럼 조직 개편으로 게임에 특화된 마케팅 추진이 가능하게 됐으며, 과다하게 투입됐던 인력의 합리화가 가능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넥슨의 이번 조직 개편은 주요 매출원에 대한 경쟁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주요 게임 중심의 조직 개편으로 라이브게임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영진 이동이 있었다. 퍼블리싱 사업본부를 이끌었던 조한서 본부장이 최근 자회사 JCE 상무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를 통해서 그동안 개발에 강점을 나타냈던 JCE에 비즈니스 능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또한, 이정배 실장이 이끄는 론칭실은 김태환 기획조정이사 직속으로 편입, 리스크 관리에 경영진이 직접 나서면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해졌다.
산업의 고도화 반영
위메이드를 시작으로 NHN, 넥슨에 이르기까지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조직 개편 및 경영진 이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모하고 있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확보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NHN이 모바일 전문화를 위해서 모바일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설립하고 라인의 한국 내 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는 '라인 플러스'를 설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게임사들은 리스크 관리 보다는 새로운 모멘텀 확보에 적극 나서왔다. 다작을 통해 하나의 흥행작을 창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서면서 흥행작이 줄어들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 NXC 김정주 회장은 '위기대처'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넥슨의 조직 개편은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기존의 주요 매출원의 효율을 높이고 손실을 초래했던 퍼블리싱 분야를 핵심 경영진 산하로 편입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형 게임사들의 변화 시도에 대해 국내 게임산업 전문가들은 "NHN과 넥슨의 이같은 조직 개편은 국내 게임산업의 고도화를 의미한다"며, "성장한 게임산업에 어울리는 기업 구조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산업의 규모에 비해서 취약한 구조와 조직을 보유하고 있었던 게임산업, 선도 기업들의 변화로 게임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박병록 기자 ga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