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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요정’ 황교안 [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02-23 10:50
국민의힘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사퇴요정’으로 등극했다. TV토론에서 황 후보는 연일 김기현 후보를 향해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건은 김 후보의 ‘권력형 토착비리’ 의혹이다. 해당 이슈엔 당권 경쟁 중인 안철수·천하람 후보까지 가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증단을 꾸려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태세다. 황 후보가 ‘씬 스틸러(scene stealer)로 등장하면서 지지율도 상승세다. 황 후보의 ‘사퇴요구’를 받은 김 후보측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김기현 캠프측에선 ‘죽겠다’는 비명도 들린다.

김 후보는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 후보가 제기한 ‘권력형 토착비리’ 의혹에 대해 해명키 위해서다 김 후보는 회견에서 “울산땅 연결도로 의혹은 전형적인 모함이자 음해다. 1800배 시세차익도 거짓말이고 연결도 변경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또 “민주당이 또 자살골을 넣으려고 작정한 듯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울산경찰청이 총동원된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 재판 1심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민주당은 저를 잡겠다고 진상조사단을 꾸린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김 후보의 이날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은 황 후보가 제기한 관련 문제제기에 대한 대응 차원 성격이 짙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TX울산역 연결도로 임야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황 후보는 지난 22일 심야에 진행된 KBS 주관 3차 TV토론에서 김 후보를 향해 “김기현 후보님,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서 사퇴하시라. 의혹을 해결하려면 왜 도로에 노선이 바뀌었는지 왜 노선이 김 후보의 땅으로 바뀌었는지 그 과정을 해명하시라”고 했다. 황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 후보는 지난 20일 MBN 주관 토론회에서도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지금이라도 김기현 후보는 사퇴하시길 바란다”며 “김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권력형 토건 비리이기 때문”이라며 “왜 김 후보의 땅과 먼 곳에 만들어지기로 햇던 도로가 왜 휘어 들어왔느냐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메시지는 같았다. ‘김기현 사퇴’ 였다.

황 후보는 지난 15일 진행된 첫번째 TV토론에서도 “김기현 후보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용기있게 사퇴하라. KTX 울산 역세권 연결도로 관련 의혹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며 “3800만원에 산 땅이 엄청난 시세 차익이 생겼다는 의혹”이라고 강조했다. 황 후보는 모두 4차례 진행되는 TV토론회 가운데 3회 연속으로 김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반향도 있었다. 경쟁후보들이 유사 의혹을 김 후보에게 제기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김 후보를 겨냥해 “KTX 노선이 원래는 직진으로 가기로 돼 있었던 것을 지금 현재 김기현 후보가 소유하고 있는 땅 쪽으로 이렇게 휘어진게 있다”며 “그런 문제들은 정말로 해명이 되야하는 것이다. 제대로 해명이 안 되면 아마도 다음 선거를 치르지 못할 정도로 공격을 받을 것이다. 거의 1800배 차익이 났다”고 비판했다.

천하람 후보측 역시 공세에 동참했다. ‘천아용인’팀을 측면 지원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 제가 울산 현장으로 직접 가겠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가서 현장을 확인하고 95% 할인받아서 땅을 인수하겠다”고 썼다. 이 전 대표는 다시 페이스북에 “다녀오겠습니다”라면서 의혹이 제기된 땅 주소가 포함된 관보의 웹사이트 링크를 첨부했다.

민주당은 한술 더떴다. 김 후보 토착비리 의혹 진상조사단 구성을 공언한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회의에서)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당 차원에서 토착 비리, 땅 투기 의혹으로 고발하고 즉각 조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3800만원에 사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일이 있다면 야당의 경우 압수수색과 수백번의 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가칭 ‘김기현 의원 땅투기 의혹 진상조사단’을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짠 ‘토착비리 의혹’ 제기가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황 후보의 지지율도 상승세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1∼22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4명(국민의힘 지지층 4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김 후보 지지율이 44.0%, 안 후보 22.6%, 천 후보 15.6%, 황 후보 14.6% 순이었다.

리얼미터의 직전 조사(2월 6∼7일)와 비교하면 김 후보는 1.3%포인트(p) 지지율이 하락했고, 안 후보는 7.8%p 떨어졌다. 반대로 천 후보와 황 후보는 각각 6.2%p, 7.6%p 상승했다. 불과 한주 사이에 1위와 2위 주자의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3위와 4위 후보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오른 셈이다. 특히 황 후보의 경우 ‘김기현 사퇴’ 요구는 본인의 지지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그간 ‘사퇴요정’으로 이은재 전 새누리당 의원(현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 거론돼 왔다. 이 전 의원은 조희연 교육감과 소프트웨어 구매 방식을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사퇴하십시오’를 여러차례 언급, ‘국민 사퇴요정’에 오른 바 있다.

이은재 전 새누리당 의원 [연합]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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