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0년 전 약속대로 땅 안 사줘서” 양아버지 살해한 남성, 징역 18년 확정
뉴스종합| 2024-05-11 09:00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20년 전 약속대로 땅을 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아버지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징역 18년을 확정받았다. 남성 A씨는 고아원 출신으로 11살부터 피해자의 집에 양자로 들어갔다. 사건 당시 A씨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는 피해자의 말에 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살인 등 혐의를 받은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

A씨는 허드렛일을 하거나, 피해자 소유의 어선에서 뱃일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피해자는 친자녀들만 학교에 보내고, A씨는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소를 키우거나 밭일을 하게 했고, 17살부터 선원으로 일하게 했다. 결혼한 뒤에도 A씨는 피해자의 일을 도우며 아버지라고 불렀다. A씨는 수십년간 피해자를 원망하면서도, 자식으로 인정받고 싶은 모순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전조는 2021년 11월, A씨가 선박에서 사고로 오른팔을 절단하면서 발생했다. 더 이상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A씨는 피해자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 과거 자신이 적절히 대우받지 못했다는 생각과 함께 20년 전 집과 땅, 어선 등을 받기로 했는데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앙심을 품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2월, 술을 마시다 흉기를 들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다. A씨는 피해자에게 “아버지가 나한테 뭘 해줬냐”며 “배와 집, 땅을 주기로 해놓고 왜 안 주느냐”고 항의했다. 피해자가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자, A씨는 격분해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수사기관은 A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술에 만취했고,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므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해달라”고 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1형사부(부장 허정훈)는 지난해 6월,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직후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 아니다”며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세상에 대한 원망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쌓아왔던 피해자에 대한 원망을 키워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살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광주고법 1형사부(부장 박혜선)는 지난 1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나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한 채 평소 마을사람들로부터 ‘머슴’이라고 불리우며 뱃일에 종사한 사정은 인정된다”며 “피해자 측의 학대 또는 착취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성년이 된 후엔 A씨도 7억원 상당의 선박을 보유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풍족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른팔 절단) 사고 전까진 피해자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등 관계가 비교적 원만했고, 피해자 입장에서 예상할 수 없는 공격을 당해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며 징역 18년형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에 대해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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