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최태원 “AI반도체 거인 보폭 맞추자” 높아지는 SK하이닉스 벽 [격화하는 HBM 3파전]
뉴스종합| 2024-07-02 11:43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최 회장이 새너제이 인텔 본사에서 팻 겔싱어 CEO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랩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아마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연이어 만나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에서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SK가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반도체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최 회장 역시 미국 출장에서 관련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가 확보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일 SK그룹에 따르면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주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CEO와 만나 AI, 반도체 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재시 CEO는 AI, 클라우드 전문가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를 거쳐 2021년부터 아마존을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또한 새너제이 인텔 본사를 찾아 팻 겔싱어 CEO와도 조우했다. 두 사람은 SK하이닉스와 인텔의 오랜 반도체 파트너십을 높이 평가하고 AI 시대를 맞아 첨단 반도체 제조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들과의 만남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AI 반도체 최전방의 거인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엄청난 힘과 속도로 세상을 흔들 때 우리도 백보 천보 보폭을 맞춰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만난 아마존과 인텔 모두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며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존은 최근 머신러닝(ML) 학습과 추론에 특화한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움’, ‘인퍼런시아’를 개발했으며 인텔 역시 AI 가속기인 가우디 3를 출시하는 등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 회사가 개발한 AI 반도체는 고성능 HBM을 필요로 한다. 현재 HBM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양사는 중요한 협업 파트너이자 고객사인 셈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양산과 고객사 납품을 시작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출국한 최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과도 만나는 등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 리더들을 만나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AI 업계 글로벌 리더와의 폭넓은 대화를 바탕으로 SK의 AI 경쟁력 강화 방안과 AI 사업 방향성을 구체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역시 1일자로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CEO)을 위원장으로 보임하며 AI·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앞으로 반도체위원회는 AI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그룹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선봉에 서서 2028년까지 5년간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앞으로도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망라한 AI 생태계를 적극 육성해 국가 경쟁력 강화와 인류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HBM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SK하이닉스가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기로 하면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마이크론이 2025년까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업계와 시장에서는 HBM 1위인 SK하이닉스 만큼의 지배력을 갖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약 5%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이 목표한 대로 단기간에 HBM 시장 점유율을 두 자릿수까지 높이려면 경쟁사에 비해 낮은 생산능력(CAPA)과 수율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급증하는 HBM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업계는 마이크론이 짓고 있는 미국, 일본 공장들의 가동 시기를 고려하면 20% 점유율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마이크론의 HBM이 SK하이닉스와 같이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마이크론의 올해 HBM 점유율은 7%, 내년에는 10% 초반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현일·김은희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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