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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배우·대표…김재중 “20년 전엔 상상 못한 지금의 나…지켜준 팬들에 감사”
라이프| 2024-07-02 14:15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 앨범을 내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인코드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나쁜 어른이 될까 늘 겁이 났어요.”

다사다난했지만 굳건히 잘 버텼다. 지금도 ‘가장 완벽한 아이돌’로 꼽히는 동방신기(2004년 데뷔)의 멤버로 한 시대를 호령했고, SM을 떠나 JYJ로, 솔로 가수로, 배우로, 이젠 기획사 대표까지 겸하며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마포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진 김재중은 “어느덧 마흔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소년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굉장히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그 일들을 마주하며 내 모습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질 때마다 뽀얀 순수함이 나와야 하는데 악한 모습, 순수하지 못한 나를 발견할 때 너무 싫었어요. 그걸 벗겨내려 노력했고, 나를 익히는데 오래 걸렸어요.”

20년의 시간을 곱씹어낸 정규 4집 ‘플라워 가든(FLOWER GARDEN)’엔 김재중의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있다. 그는 “소년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미래의 나까지 과거부터 현재의 모습을 담아봤다”며 “실수도 많았지만 돌아오지 않는, 영광스러운 시절의 모습도 함께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중 [인코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영광의 날들, 하지만 순탄치 않았던 20년

“사람들은 데뷔 때부터 성공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아이돌의 시대’가 저물고 솔로가수 전성기가 도래한 듯 보였던 2000년대, SM이 사활을 건 보이그룹 동방신기가 등장했다. ‘동방의 신이 일어난다’는 뜻의 네 자 이름을 쓰는 이 독특한 보이그룹은 서울가요대상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처음으로 신인상과 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000년대 가요계 최초로 정규 앨범 4연속 30만 장을 넘었고, 2013년 기준 한국 아이돌 최초로 누적 앨범 판매량 1000만장을 달성했다.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5대 돔 투어를 열며 동아시아 전역에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김재중은 “단맛이 있었기에 쓴맛이 강렬했고, 쓴맛이 컸기에 웬만한 쾌락은 느낄 겨를이 없었다”며 “순탄하지 않던 시절 느꼈던 배고픔이 커서 사리분별을 못했고, 그 시절을 겪었기에 작은 것에 감사하고 좋고 나쁨을 구분할 수 있는 어른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의 새 앨범엔 그 날들의 이야기, 그 시간을 딛고 선 현재, 그리고 다가올 시간을 담았다. 공들여 만든 앨범이다. 팬들과 시간을 추억하는 타이틀곡 ‘글로리어스 데이(Glorious Day)’, ‘주거 침입’까지 일삼은 사생팬에게 전하는 ‘하지마’, 미래를 향한 다짐을 새긴 ‘더 라이트(The Light)’와 ‘콘크리트 하트(Concrete Heart)’ 등 총 14곡이 담겼다. 김재중은 대부분의 노래에 작사가로 참여했다. 그는 “김재중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마’는 역대 최악의 사생팬들의 위협을 몸소 겪은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재중은 “너무 많은 괴롭힘을 당해 심지어 다른 세상으로 도망가야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내가 피해자인데 나를 가해자라고 말하던 시절을 견디며 멘탈도 단단해졌다”고 돌아봤다.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 앨범을 내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인코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하트’와 ‘더 라이트’는 “사회와 제 3자가 규정하는 20~40대의 삶을 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변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재중 자신이 요구받던 시선과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지나고 보니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의 정체성이 바뀐 건 아니지만, 많이 달라졌어요. 세상을 볼 때 다채롭게 이해하려 하고 있지만, 자기 고집은 강해졌어요. 그래도 아직 나쁜 어른은 아닌 거 같아요. 어른으로 더 살아야 하니 스스로 단단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크고 작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 함께 해준 팬들은 김재중의 버팀목이다. 그는 “조용히 잔잔하게 늘 곁에 있어주는 팬들이 있다”며 “많은 고난과 실수, 사건들이 있었고, 나를 떠날 충분한 이유가 됐음에도 아무 조건 없이 곁에서 조용히 응원해주는 분들이다. 작은 꽃 한 송이로 시작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든 이 분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 ‘팬송’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저의 ‘영광스러운 날’은 어제이기도 하고, 오늘이기도 하고 내일이기도 해요. 살아있음에 너무나 감사하고, 하루 하루 임무가 주어졌다는 것에 고마워요. 뭔가를 하면서 나라는 굴레가 돌아간다는 것, 저를 쓸모있게 만들어준 팬들이 있다는 게 영광스러워요.”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 앨범을 내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인코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모험·도전·비전을 향한 첫 걸음…“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

20년 내내 그에게 ‘안전지대’는 없었다. 김재중은 “언제나 위기였고, 늘 실수투성”이라고 고백한다. 지난 날들을 딛고 선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현재의 시간은 그에게 모험이자 도전이며, 새로운 꿈을 향한 첫 걸음이다.

김재중은 지난해 인코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 CSO(최고전략책임자)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1인 기획사를 세울 수도 있었으나 회사는 새로운 배우를 영입하고, 신인 그룹을 키우며 확장 중이다.

김재중은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선 1인 회사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나 하나만을 위해 많은 스태프를 꾸리고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FA(계약이 끝난 아티스트)로 나온 이후 많은 연락을 받았지만, 조건을 따라가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모험의 시작이지만, “모험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의 일부를 바꾸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대중문화업계에 표준계약서가 생긴 것도 (동방신기가) 기여를 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코드라는 회사를 통해 작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고, 그 시발점이 되고 싶다는 바람과 목표가 있어요.”

한 회사를 이끌며 스스로 그려온 이상적인 엔터사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숫자가 증명하는 냉혹한 과정을 봐야 하니 아티스트와의 관계가 딱딱해진다”며 “경영자가 되면 플레이어가 진짜 바라는 것을 잘 짚어내지 못하는데 난 그걸 알고 있다. 아티스트들과 교감하며 장점을 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기획사가 커지는 과정에서 연차가 쌓인 기존 아티스트는 서운해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더 좋은 조건을 부르게 되고, 그 부분이 맞지 않으면 내게 더 애정을 쏟는 회사를 찾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돼요. 제겐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비전이 있어요. 아티스트들이 나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 앨범을 내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인코드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출발은 친정격인 SM도 응원하고 있다. 지난해 인코드 설립 당시 SM에서 보낸 축하 화환이 화제가 됐었다. 김재중은 “SM은 적이 아니다. 다 같이 상생해 나가야 하는 같은 업종의 기업체이자, 나의 가족이고 소중한 시절의 나를 탄생시켜 준 회사다.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설익어서 서툴렀던 시간은 흘렀고, 세월의 깊이를 쌓아 올려 시선은 너그러워졌다. 지난 날들은 여전히 애틋하고 소중하다. 동방신기의 재결합에 대해 망설임 없이 긍정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의 20주년은 모두의 20주년인 만큼 기념비적인 장소에서 무대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다른 멤버들(유노윤호, 최강창민)과는 지인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다. ‘친해지길 바라’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중의 2024년은 쉴 틈이 없다. 한 주 전 새 앨범을 냈고, 이달엔 20주년 콘서트 ‘플라워 가든 인 서울’(7월 20~21일)을 앞두고 있다. 7년 만에 드라마(MBN ‘나쁜 기억 지우개’) 출연도 앞두고 있다. 현재는 KBS2 ‘편스토랑’을 통해 지상파 예능에 15년 만에 출연했다. 2009년 SM과 전속계약 분쟁을 겪은 이후 처음이다.

“지금의 저는 20년 전 김재중이 상상한 모습은 아니었어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죠. 누군가의 아빠가 됐을 거라 생각했고, 정장을 입고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이었죠. 아직도 아이돌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고요. (웃음)”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재중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꿋꿋하게 무너지지 않고 함께 있어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오랜 팬들은 물론 그와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진심이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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