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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사고’ 미스터리, 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차량결함” vs “운전미숙”
뉴스종합| 2024-07-02 15:25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파된 차량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사망자 9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의 인명사고가 난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큰 틀은 차량문제냐, 운전자 탓이냐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40년 넘게 운전을 해왔고 현직 버스 운전사이며, 술이나 마약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 점은 차량 결함에 무게를 싣는 정황이다. 반면 차량이 정지할 때 브레이크가 작동한 점, 운전자가 60대 후반의 고령인점 등은 운전자 책임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2일 헤럴드경제는 시청역 사고에 대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등 모두 4명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현직 버스 운전 기사라는 점과 고령이긴 하나 75세 이상의 초고령 운전자는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차량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전망했다. 반면 운전 미숙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브레이크가 작동해서 차량이 멈춘 급발진은 흔치 않은 현상이라며 운전자의 책임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원섭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 생각에는 차량 결함일 것 같다. 일부러 정신이 이상하다든지, 부부싸움이 나서 죽으려 했다든지 하는 일이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일단 운전 미숙은 아닌 것 같다”며 “오랫동안 버스를 운전했고 주행거리가 길다. 그런 긴 거리를 고의를 악셀로 풀로 밟으면서 달리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차량 결함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동영상을 보니까 엄청나게 빠른 속력으로 달렸다. 그러다가 부딪히고서도 계속 달렸다. 빨리 달리면서 사고 차량이 부메랑처럼 회전하는 장면도 보였다. 결함이 있는 차량이니까 그렇게 움직인 것”이라며 “프로그램 오류같아 보이기도 하고 급발진이랑 다른 결함이 (함께) 있었을 수도 있다. 차량이 너무 빨리 달리니까 부딪혀서 정차하지 못하고. 계속 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위드로 변호사(교통전문)는 “그분도 버스기사다. 나이가 많으시지만 현역이다. 이를 다만 운전미숙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조사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차량 결함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경찰들은 아마 CCTV부터 시작해서 블랙박스, 국과수 감정 맡길 것 같고. 과학적으로 따지고 들건데 특별하게 지금 얘단할 수 없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버스기사님도 70세가 넘으신 분들이 되게 많다. 현역 기사님이라면 차량 결함 가능성도 상당히 있지 않을까한다”며 “현역 버스 기사라면 조작을 잘못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역주행 거리도 상당히 길다. 음주도 안했고 (마약 등) 아무것도 안한 상황에서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 제가 봐서 급발진일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차량 정지 시 브레이크가 작동했다’는 상황에 대해선 “급발진 하더라도 나중에는 멈춘다. 기사는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 블랙박스 내부에 음성 같은게 있고 ‘왜이래 왜이래’ 이런 소리가 들린다면 운전미숙보다는 급발진이 아닐까한다. 급발진 보면 그분도 공포스러워 한다. 왜 이래 이러면서 소리 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

반대로 60대 고령이라는 점 등을 들어 운전 미숙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문수 법률사무소 내일 변호사(교통사고 전문)는 “버스 기사도 나이가 들면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며 “브레이크를 잡는 상황이 이상하다. 브레이크를 잡는 급발진도 없는건 아니지만 근데 통상적인 급발진은 차가 알아서 튀어나가고 벽이나 가드레일에 부딪혀야 멈춘다. 그런데 이 차량은 브레이크를 잡고 멈춘것이다. 이것을 급발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충돌로 인해 상황이 정상화돼서 이런 사례는 없었다. 새로운 사례가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봤을 때 어떤 구조나 전봇대 충돌로 인해서 차량이 멈추거나 하는데 마지막 영상에서 브레이크를 잡고 서서히 큰다”며 “급발진은 브레이크가 안들어가는 것이다. 가속력은 더 붙고 어떤 차량이나 사람을 들이받아도 속도가 안멈춰지는 것이 급발진”이라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또 “이것이 브레이크를 잡고 멈췄다면 급발진이 아닐 가능성도 충분히 높다. 역주행한 거부터 시작이다. 고령 운전자지만, 초고령은 아니긴 하다. 그런데 상황판단을 못했다. 젊은 운전자에 비해선 조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운전 미숙이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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