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재택근무 다신 안 해!” 편한 줄만 알았더니…제 명에 못살겠다
뉴스종합| 2024-07-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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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출근 안 해서 좋은 줄만 알았지.”

실제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이들 중 상당수가 재택근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한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오히려 업무가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힘들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재택근무 근로자는 비재택 근무자보다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일과 가정의 경계가 무너져 더 많은 가사 노동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피로가 더 쌓이고 사회적 고립감을 겪기 쉬워 수면장애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정인철·정재혁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인 근로환경조사 5차(2017년), 6차(2020-2021년) 각 5만여명의 자료를 토대로 재택근무와 수면장애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수면장애는 ‘MISS 척도’를 이용해 6점 이상을 수면장애로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면 일과 가정의 경계가 허물어져 업무와 집안 살림, 육아 등을 함께 부담해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휴식 없는 생활로 피로함을 더 느끼게 된다. 또한 사내 동료들과 교류가 단절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면서 수면장애, 우울, 스트레스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산 이후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웹 디자이너 A씨(38)는 “3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오전이 일에 집중할 수 시간인데 사실 이 시간에 밀린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아이가 잠든 밤 시간에 일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수면 시간이 부족해 항상 피곤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일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하거나, 가정 때문에 일에 소홀해진 경우 등 일과 가정 사이 갈등이 있을 때 수면장애를 겪을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일-가정 갈등과 수면장애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활용했다. ‘지난 1년 동안 일로 인해 가족에게 당신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집안일 때문에 일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했다’ 등의 문항을 이용했다.

그 결과, 일과 가정의 갈등이 없는 경우 재택근무-수면장애 간 연관성이 없거나 낮은 것을 확인했다. 반면 일과 가정의 갈등이 있는 근로자는 재택근무 때 수면장애 확률이 갈등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6배 가량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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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특이한 점은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일-가정 갈등이 있더라도 그 연관성이 없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중 재택근무가 감염병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으로 인식돼 기존의 고립감, 일-가정 갈등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정재혁 교수는 “재택근무-수면장애 간 연관성을 봤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일-가정 간 갈등 해소, 코로나19 위험 등의 사회적 변화 등과 같은 긍정적인 요인들도 확인했다”며 “향후 보다 건강하고 효과적인 재택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직업건강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게재됐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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