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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10억·초소형도 10억대…달아오르는 ‘서울 아파트값’
부동산| 2024-07-17 11:33

서울 집값의 강세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분양단지, 기존 준신축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지방 집값이 여전히 약세 국면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집값의 양극화가 기록적 수준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2년 말 미계약분이 발생하며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됐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에 일반분양가보다 10억원 가까이 오른 거래가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26일 22억971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올해 초만 해도 이 평형은 18억원대에도 거래됐는데 6개월 만에 약 4억원이 올랐다. 같은 날 전용 95㎡도 24억378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2022년 12월 청약을 실시했다. 고분양가 논란에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까지 겹쳐, 1순위 경쟁률이 3.69 대 1로 나타나 예상을 밑돌았다. 실제 미계약분이 등장했고 해를 넘긴 3월 무순위 청약까지 받고나서야 계약을 마무리했다. 당시 분양가는 면적 3.3㎡당 평균 3829만원으로 책정돼 전용 59㎡는 최고 10억6250만원, 전용 84㎡는 최고 13억2040만원이었다. 약 1년 반 전 분양가보다 10억원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현재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물건들은 조합원 입주권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렸음에도 실거주 의무 대상 단지이기 때문이다.

강동구 한 공인은 “전용 84㎡ 입주권 호가는 한 달 전보다 2억원 정도 상승한 모습이고 매수 문의가 많다”면서 “최근에는 24억~25억원 사이 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 입주권은 일명 ‘로얄동’ 배정 확률이 높고, 무상옵션에 자재 고급화까지 제공된다.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 등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알려진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만2032가구로 11월 27일 입주 예정이다.

입주권에 상당한 웃돈이 형성되자 서울의 신규 분양단지에도 청약 수요가 급격히 몰리고 있다. 지난주말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5.1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하철 1·6호선 석계역 앞에 들어서는 초역세권 단지인데다 인근 광운대 역세권 개발 호재 등에 힘입어 청약에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전날 1순위 청약에서 365가구 모집에 1만2830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 35.1 대 1을 기록하며 모든 타입이 해당지역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전용면적 59㎡B 유형이 52가구 모집에 2325개(해당 지역 기준)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최고 경쟁률 44.71 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A 유형의 경우 10명 모집에 420명이 몰려 경쟁률이 42 대 1까지 치솟았다.

70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용면적 59㎡A에는 2159명이 몰려 30.84 대 1, 19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용면적 59㎡D에는 567명이 신청해 29.84 대 1의 경쟁률 기록했다. 84㎡D는 77가구 모집에 1947명이 청약해 경쟁률 25.29 대 1을 나타냈다. 84㎡B와 84㎡C도 각각 경쟁률 22.57 대 1, 14.26 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서울 집값의 강세 흐름은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약한 초소형(전용면적 40㎡ 이하) 아파트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중심부 진입을 시도하려는 1인 가구 또는 젊은 부부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31㎡는 지난달 7일 11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4월 10억원에 거래된 것보다 1억원이 넘게 오른 가격이다. 잠실동 리센츠 27㎡도 지난 5월 12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12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은 신고가 12억7500만원을 포함해 역대 5건뿐이다. 강남과 함께 특히 대학이 많아 1인가구들이 몰린 서대문구 등 서북권 소형 평형의 오름세도 눈에 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신촌푸르지오 34㎡는 지난달 7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석 달 전 가격(6억4500만원)보다 6500만원 올랐다. 신고가 7억2000만원보다 1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서울 40㎡ 이하 아파트들의 가격은 전주보다 0.07% 오르며 10주 연속 가격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마포 등이 포함됨 서북권의 경우 0.21% 올랐고, 강남 등지가 포함된 동남권도 0.13% 올랐다.

이처럼 서울 중심부의 초소형 평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데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의 귀환도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3개월간 15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영끌족의 주택 매수세가 증가하고 있다. 신생아특례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향한 영끌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값 하락을 기다리며 현금을 가지고 있던 집주인들이 가격이 급격히 치솟자 다급해진 모양새”라고 전했다.

서영상·박로명·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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