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드시 피해아동 확인’ 등 지침마련
경찰청이 아동학대 신고가 뒤늦게 이뤄져도 현장에 출동해 반드시 피해아동을 확인하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 중이다. 아동학대와 관련된 112 신고도 한 단계 대응 단계를 강화하는 방향도 검토되고 있다. 여행용 가방 안에 감금돼 결국 숨진 ‘천안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피해 아동이 숨지기 한달 전 아동학대 112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아동청소년과는 아동학대 112신고가 들어오면 상황 발생 후 경과한 시간과 제3자 신고 여부와 관계 없이 반드시 피해 아동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 일선 경찰서에 배포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지침대로라면 아동학대 신고라도 통상의 112신고와 마찬가지로 신고 내용 등을 판단해 현장 출동 여부를 결정한다”며 “천안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 경우, 신고 내용과 관계 없이 반드시 피해 아동을 확인하도 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2신고를 담당하는 경찰청 위기위기관리센터 관계자도 “아동 관련 부서에서 마련된 지침을 놓고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아동학대 112 신고의 경찰 대응 태세를 지금보다 한 단계 상향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친부의 동거녀이자 사실상 계모인 40대 여성의 학대로 숨진 A(9)군에 대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112신고가 지난달 5일 있었음에도 경찰은 이를 긴급하지 않은 사건으로 판단,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이마가 찢어져 병원을 찾은 A군을 진단한 순천향대 천안병원 의료진은 A군이 아동학대를 받았다고 보고, 이틀 뒤인 지난달 7일 112에 신고했다. 현장 출동을 하지 않은 경찰은 다음날인 지난달 8일 관할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12신고를 받으면 무조건 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설명을 들은 뒤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통보를 받은 아보전은 지난달 13일에야 A군의 집을 방문했다. 아보전은 지난달 18일 A군과 부모를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고,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의 사건 보고서를 보냈다. 보고서를 받은 경찰은 A 군의 가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40대 여성은 결국 이달 1일 가로 50㎝·세로 70㎝과 가로 44㎝·세로 60㎝ 크기, 2개의 여행용 가방에 가방에 A군을 가뒀다. A군은 같은 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 지 이틀 만에 숨졌다.
아동학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7 전국 아동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14년 1만27건에서 2017년 2만2367건으로 3년간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가정 내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6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1건)보다 8.3% 증가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