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거리가 약 300㎞인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반복된 요청에도 러시아를 자극할 우려로 자제해왔던 미국이 결국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임기 시작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번 결정이 게임체인저가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러시아는 “미국의 분쟁 개입 측면에서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다”며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당분간 글로벌 안보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북한군 투입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확전을 경계해온 입장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충돌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의 추가 파병에 영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회를 얻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일 “장거리 무기 사용이 허용되면 북한군에 예방적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크루스크 지역의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첫 표적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층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유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으나, 공격 범위가 확장돼 핵심 군사 기지들이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가 사거리 240~250㎞의 스톰 섀도와 스칼프 미사일 사용을 허용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은 쿠르스크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러시아 깊숙이 공격이 가능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이 그 맨 앞에 투입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무관치 않다. 북한군이 총알받이가 되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지만, 북한의 현대전 경험과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따른 핵무기 기술 고도화는 직접적 위협이 된다. 우크라이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은 북한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돌격대로 내세워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철두철미 실전 경험을 늘리고 군사적 개입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불성설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쟁이 치열한 양상을 보일 수 있는 만큼,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구에도 신중하게 대응하고, 글로벌 안보 상황과 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