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0.3%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2%에서 2.0%로 내렸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IMF가 올해 성장률을 낮춰 잡은 것은 내수부진때문이다. 수출호조에도 도소매와 건설 수요 부진 등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내년 상황은 더 나쁘다. 성장률을 2%로 내다봤지만 이마저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미션단 단장은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하방 리스크가 더 높다”고 했다. 2%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과 중국의 밀어내기 저가 공세, 미중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알짜 사업까지 팔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SK그룹의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 세계 1위 계열사와 CJ그룹의 핵심 사업인 바이오사업부 등이 매물로 나왔다.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에서 밀린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은 사업 철수가 이어지는 상태다. 포스코는 45년 넘게 가동해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중국 저가 철강재 공세에 밀려 폐쇄했다.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과 국내 경기 둔화에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상황 인식은 안이하다.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 체감과 거리가 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19유행 때보다 더 어렵다며 속속 문을 닫고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다. 20대와 40대는 일자리가 없어 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계가 위축돼 소비가 줄고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낙관적 전망에만 기대 경기를 부양할 시점을 놓쳐선 안된다.

IMF가 저출산 고령화를 대외 여건보다 중요한 위협으로 본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란 얘기다. 산업 전반의 구조개혁 필요성도 주문했는데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해소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재배치해야 새로운 인력이 투입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규제 개혁도 말로만 그쳐선 안된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기업이 일하기 좋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