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읽지 않은 수많은 이메일과 쉬지 않고 울리는 소셜미디어 알림은 많은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이 현상은 평범해보이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지털 호딩’이라는 강박장애와 관련 있을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CNN은 “기기에 디지털 잡동사니(digital clutter)가 너무 많으면 정신 건강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디지털 아이템을 너무 많이 저장하는 것은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임상 심리학자 수잔 알버스 박사는 “이메일, 사진, 열린 탭 등 엄청난 양의 디지털 항목을 수집하는 것은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라며 “오늘날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일상 생활은 정말 많은 디지털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뇌는 혼란보다는 명확성과 단순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탭이 백만 개 열려 있으면” 실제 현실에서 수많은 잡동사니를 볼 때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UCLA 데이비드 게펜 의대의 정신과 및 생물행동 과학 임상 교수인 에마누엘 메이든버그 박사는 기억하고 싶은 사진이나 파일을 보관하고자 하는 행동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는 것으로 바뀌면, 그것은 디지털 호딩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호딩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불필요한 데이터를 과도하게 수집 및 보관하는 행위를 뜻한다. 메이든버그 박사는 디지털 호딩에 대해 “언젠가 이 정보가 필요하지만 접근할 수 없고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스턴에 있는 국제 강박증 재단의 정신과 의사이자 임상 및 연구 책임자인 산자야 삭세나 박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5%가 호딩 장애를 겪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알버스 박사는 쓸모없는 디지털 정보들이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아침 디지털 기기에 불필요한 데이터가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 없는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알림을 취소하라고 조언했다. 또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우하는 계정 수를 제한하고 하루에 디지털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다.
알버스 박사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몇 분 동안 정리 정리 정돈을 한다면 남은 하루를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