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대기질 더 나빠진 이유…유해가스배출 폐목재 난방 사용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국내 유명 가구업체 공장에 입주해 가구를 제조, 납품하는 한 하청업체가 소각 시 유해가스가 배출되는 폐목재를 경기도 안성의 축산농가에 수년간 땔감으로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폐목재를 수시로 태우다 보니 마을 곳곳에선 악취가 진동하고, 미세먼지는 걷히질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제공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실제 대기오염 조사 분석 데이터 업체 에어비주얼이 조사한 작년 대기질을 보면, 안성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30.4㎍/㎥로 국내에서 1위, OECD 국가 중 13위, 세계 372위에 랭크될 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한 축산농가에서는 화목 보일러 굴뚝에 누런색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했다.

해당 농가를 찾아가 보니 한쪽에는 가구 제조 후 남은 폐목재들이 어른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이 폐목재는 쓰고 남은 원목을 가루로 만들어 유기 접착제 등과 혼합해 압축한 나무판인 ‘PB’였다.

나무를 접착제와 섞어 놓다 보니, 불에 태우면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나 미세먼지, 황산화물 등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주는 “폐목재는 며칠 전 한 가구 공장에서 얻어왔다”며 “시골이다 보니 난방용으로 폐목재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농장주가 폐목재를 공급받는 곳은 황당하게도 대기업 계열 가구업체 A사의 공장이었다. 농가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공도읍 A사 공장에 찾아가 보니 실제로 A사는 이곳을 물류창고로만 쓰고 있었고 대신 제조 공장은 B사에 임대하고 있었다. B사는 가구를 만들어 A사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 업체였다.

B사는 2015년부터 일부 축산농가가 폐목재를 요청하면 무료로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다.

말만 무료지, PB 등 사업장 폐기물을 전문 처리업체에 의뢰해 처리하려면 5t당 수 십 만원이 들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B사 관계자는 “일부 농가에서 난방용으로 쓴다고 하기에 나눠줬다”며 “환경을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되는 건데 잘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안성시 환경 특별사법경찰관은 이날 현장 조사를 벌여 B사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