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개선·백신 기대감 겹쳐
위험자산 선호→자금 이탈
코로나 대유행 이후 최고치
빚 급증으로 이자부담과 직결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경기개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장단기 금리차도 확대(curve stiffening) 되는 모습이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도 유사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등으로 경제 전반의 대출이 폭증한 상황에서 이자부담과 직결될 수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일 0.99%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4월 29일(1.01%) 이후 처음으로 1%대를 재진입이 코앞이다. 국채 5년물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25일(1.41%)이후 가장 높은 1.34%를 기록했다. 10년물과 30년물 역시 이달 들어 각각 1.6%, 1.7%대로 올라서며 지난 3월 말 이후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국채금리는 은행권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는 5년만기 금융채(AAA)가 대표적이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4월 23일(1.552%)이후 가장 높은 1.551%까지 치솟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과 저금리 환경 속에서 올해 은행권 대출이 급증한 상황이다.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68조5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기업 대출은 975조2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9조2000억원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금시장에서 (인플레이션)기대 심리로 채권금리가 오르면 궁극적으로 기존에 빚을 진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며 “기업의 경우 자금수요가 여전한데 추가 대출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됐다.
9월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저치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2%로 전월말(0.27%) 대비 0.05%p 하락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말(0.47%) 대비 0.09%p, 전년 동월말(0.57%) 대비 0.2%p 각각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대출이 크게 늘면서 연체율 산정에서 분모가 커지는 효과도 상당하다고 봐야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외감기업)만으로 대상을 좁힌다고 해도 이자보상배율이 100%에 못 미치는 기업의 비중이 지난해 14.8%에서 올해 21.4%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향후 코로나19 지원이 끝나는 시점과 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면 상당한 파장이 일 수도 있다. 내년대규모 국채발행을 예고한 정부로서도 이자부담이 커지게 된다. 재정에 부담이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채금리 상승은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금리 상승으로 민간 투자소비 줄어들면 일자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환·박준규·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