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유튜브 구독자 이벤트로 ‘VIP’ 1:1 무료 리딩방 및 고급정보 공유 중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채팅 문의 주세요.”(사칭 카톡 채널 게시글 중 일부)
코스피 3000시대가 열리면서 주식 유튜버가 호황을 맞고 있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 매일 수천회의 조회수를 올린다.
그러나 유명 유튜버를 사칭한 카카오톡 채널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 메인 사진과 링크까지 도용, 고급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꼬드긴다. 대다수가 사기 위험이 크다.
▶“고급정보 드려요”…구독자 1백만 유튜버도 사칭
구독자 62만 4000명을 보유한 인기 주식 유튜버 ‘김작가TV’. 그는 전업투자자, 슈퍼개미, 펀드매니저, 증권사 차장 등을 초청해 다양한 주식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한지 약 2년만에 누적 조회수 9921만 7000회를 돌파, 수많은 동학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김작가TV’를 카카오톡에 검색한 결과, 20여 개가 넘는 카카오톡 채널이 검색된다.
상당수는 실제 ‘김작가TV’ 유튜브 계정의 로고와 배경 사진, 링크를 내건 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채널명에 ‘(사칭주의)’라는 용어를 포함해 자신이 진짜인 것처럼 가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사칭 계정이다. 유튜버 ‘김작가TV’ 측에 확인한 결과, 그는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김작가TV’는 1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카카오톡 채널은 운영하고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사칭 채널이 있단 얘기를 듣고 콘텐츠와 유튜브 커뮤니티에 주의해달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구독자수 100만이 넘는 유튜버도 사칭 카카오톡 채널을 피해갈 순 없었다.
기업, 금융, 주식 등 다양한 경제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는 111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700개가 넘는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만 26만 3000회에 달한다.
그러나 ‘슈카월드’ 역시 사칭 카카오톡 채널이 존재한다. 한 사칭 계정은 ‘슈카월드’ 유튜버의 얼굴까지 메인사진에 도용해 “매매기법, 실시간차트, 종목분석을 공유한다”고 적었다.
자신이 공식 계정이라며 얼굴을 내건 한 채널은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3일 “5차 회원 모집한다. 계좌 수익률 350%까지 무료 체험 진행한다”며 “단톡방(단체카톡방)보다는 1:1로 수익 및 복구 케어해드릴 수 있는 15명을 꼽아 무료로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진짜처럼 보이는 이 채널 또한 사칭이다.
이렇게 유명 주식 유튜버를 사칭하는 카카오톡 채널은 주로 “무료 리딩방 회원을 모집 중”이라며 투자자들을 꼬드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으면서 급증한 일명 ‘동학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주로 노린다.
카톡방에 들어가면 소수에게만 제공되는 고급 정보인 것처럼 투자자를 현혹한다. 실제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며 후기를 전하는 바람잡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자신이 유튜버 ‘슈퍼개미 김정환’이라며 사칭한 사기범에게 수천만원을 뜯긴 피해 사례도 발생했다. 구독자 42만여명을 지닌 진짜 ‘슈퍼개미 김정환’ 측은 공식 카카오톡 채널에 “다른 계정은 다 사칭이다. 저는 채팅방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삭제돼도 ‘좀비’처럼 부활…“최소한의 검증 필요”
카카오톡 채널은 지난 2011년 기업 비즈니스 및 마케팅 등을 위해 출시된 오픈 플랫폼이다. 카카오톡 비즈니스 계정을 만들면 누구나 개설할 수 있는 신고제 기반으로 운영된다.
사칭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카카오 측은 운영정책에 “‘채널 이름’과 ‘검색용 아이디’는 다른 단체나 개인이 권리를 보유한 브랜드 등을 도용하거나 기업, 단체, 인물 등을 사칭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증을 걸치지 않은 채널과의 대화창에서는 ‘금전 요구 메시지를 받으면 주의하라’는 안내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신고제도도 운영, 실제 도용이 확인되면 삭제 조치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채널이 삭제돼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소한의 사전 검증이 필요하단 시각도 있다.
유튜버 ‘김작가TV’는 “카카오 측에서 구독자가 몇십만을 넘는 채널에 대해서는 실제 채널 운영자의 전화 등 인증절차를 거친 후에 허가를 내줬으면 좋겠다”며 “금전적 요인이 엮여있기 때문에 돈을 노리는 사칭업체는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업자번호 등을 통해 공식 인증채널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며 “사업자는 공식 채널로 인증받고, 이용자는 미인증 채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