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 갖고 역점사업 공략 수월

입법·행정 소통창구…유연성도 ↑

권력 견제 저하…‘정치화’도 염려

스스로 원칙 회피…전문성도 의문

늘고 있는 ‘의원 투잡’ 장관…“국정 추진력” vs “삼권분립 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 과정에서 추진력을 얻고자 의원 겸직 장관의 비율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문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삼권분립 정신 위배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입장에선 같은 가치관을 갖는 의원들이 행정부 각 부처의 사령탑이 되면 정부의 역점사업 공략이 한층 쉬워진다. 여권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대선 공약과 정책을 설계한 정치인이 실무를 맡으면, 여러 절차를 생략하고 곧장 국민과의 약속 지키기에 매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의원 겸직 장관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에서 소통 창구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정무 감각이 있는 만큼, 관료(官僚) 출신 장관보다 부처를 더 유연히 운영할 가능성도 높다.

문 정부는 의원의 ‘인사청문회 불패’가 이어지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낙마하면 정부는 적지않은 손실을 봐야 한다. 낙마가 거듭되면 국정 운영의 주도권도 놓칠 수 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검증 받은 현역 의원들은 단 한 명도 낙마한 적이 없다. 의원 겸직 장관은 돌발 변수를 줄이기에 최적의 카드인 것이다. 개별 의원의 입장으로 봐도 의원 겸직 장관은 괜찮은 제안이다. 행정 경험을 쌓는 동시에, 한 부처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몸값을 키우고 인지도도 높일 수 있어서다.

늘고 있는 ‘의원 투잡’ 장관…“국정 추진력” vs “삼권분립 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야권에선 문 정부가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상 입법부와 행정부는 서로를 감시·견제해야 한다. 두 주체의 경계가 뚜렷해지지 않으면 권력의 균형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 인사들은 입법부 인사들의 행정부 진출로 인한 ‘행정의 정치화’도 염려하고 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한 5선 의원이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 직후부터 ‘검찰개혁’을 앞세워 윤석열 검찰총장과 거듭 충돌한 건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문 정부가 궁여지책(窮餘之策) 차원에서 의원 겸직 장관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문 정부는 지난 2017년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의 행적이 밝혀지면 고위공직자 임명에서 배제하겠다는 ‘고위공직 원천 배지 7대 원칙’을 발표했다. 야권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조건들을 보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 정부에서는 이미 정치권에 있으면서 나름의 검증을 받은 의원들을 내세우게 됐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세웠지만, 몇차례 곤혹을 치르고는 (그 원칙을)제대로 지킬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격”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부처의 전문성 하락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원회에 몸 담았던 게 핵심 경력이 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업무 추진은 물론 부처 내부의 통합을 이루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