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대’에 등장한 ‘오디오 르네상스’
‘오디오 콘텐츠’는 일상의 BGM
성장 배경엔 MZ세대…스푼, 80%가 1020세대
신선함ㆍ멀티 태스킹ㆍ쌍방향 소통 강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보는 시대’에 ‘오디오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문화 콘텐츠 소비 방식은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오디오 콘텐츠’의 열풍이다. 라디오나 음원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를 비롯해 출판업계의 오디오북(윌라), 공연계의 오디오극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한 이색적인 오디오 콘텐츠가 등장 중이다. 오디오 콘텐츠의 소비도 해마다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청취 기반의 오디오 서비스도 수요가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지난 2019년 220억 달러(한화 28조 86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 753억 달러(한화 85조 89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전망도 청신호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는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2024년까지 9160만 달러(한화 1035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디오 콘텐츠 키운 일등공신은 ‘MZ세대’
오디오 콘텐츠의 성장 배경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의 통칭)가 있다. 소위 ‘유튜브 세대’로 각종 동영상 플랫폼을 키운 이들이 오디오 콘텐츠 소비에서도 일등공신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는 ‘Z세대의 성지’다. 스푼라디오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80%가 1020 세대다. 2020년 하반기 유튜브, 스푼라디오에 이어 ‘최근 6개월 내 Z세대가 이용한 온라인 라디오 방송 플랫폼’ 중 3위에 오른 ‘네이버 나우(네이버 NOW)’는 출시 이후 1년간 누적 시청자 수 200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10대 시청자 비율이 1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커뮤니티형 라디오 플랫폼 블라블라는 지난 2월 론칭, 두 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만건을 돌파했다. 전체 사용자 중 20대가 55%, 30대가 25%를 차지한다.
국내만이 아니다. 전 세계 최대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더 많은 18~24세의 이용자가 2020년에 처음으로 팟캐스트를 청취했다. 미국의 대표 라디오방송 ‘아이하트미디어’는 MZ세대가 매주 18시간씩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봤다. 매일 최소 2~3시간씩 오디오 콘텐츠를 접한다는 것이다.
MZ세대가 오디오에 꽂힌 이유 : 1. 신선함
‘한 물 갔다’고 여겨진 오디오 콘텐츠가 MZ세대 사이에서 급부상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꼽힌다. MZ세대에게 오디오 콘텐츠는 익숙한 영상의 문법을 벗어난 ‘신선한 콘텐츠’이자,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일상의 BGM’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MZ세대를 “라디오를 듣고 자라지 않은 첫 세대”이자, “스마트폰으로 모든 콘텐츠를 소비한 첫 세대”(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로 정의한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MZ세대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라디오 플랫폼을 새로운 미디어로 인식한다”며 “비디오 콘텐츠에 대한 피로도가 커지기 시작한 사용자들 사이에서 감정이나 내면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가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봤다.
MZ세대가 오디오에 꽂힌 이유 : 2. 멀티태스킹
오디오 콘텐츠의 강점은 기존의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반영했다는 데에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의 오디오 콘텐츠는 기존 올드미디어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상과 달리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콘텐츠라는 점은 MZ세대에게 특히나 매력적인 요소다. 플로 관계자는 “오디오 콘텐츠는 다른 일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며 “숏폼 등 스낵컬처를 즐기는 MZ세대에겐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MZ세대가 오디오에 꽂힌 이유 : 3. 소통
최근의 오디오 콘텐츠는 쌍방향 ‘소통 기능’을 더해 MZ세대의 갈증을 해소했다. 커뮤니티형 라디오 플랫폼 블라블라를 운영하는 김영종 스포트라이트101 대표는 “대화하고 싶은 욕구는 전 세계 MZ세대에게 두루 나타난다고 봤다”며 “일방적인 전달에서 벗어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자신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MZ 세대의 특성과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최혁재 대표도 “1인 가구의 증가, 치열한 학업과 직장생활에 치이는 MZ세대에게 심리적으로 고독하고 불안한 시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매력적으로 다가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소통 방식이 ‘채팅’에 집중된다는 것도 특별하다. 블라블라에서 실명과 얼굴 노출의 부담을 없앤 익명 채팅창을 열자,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김영종 대표는 “MZ세대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이 자연스럽고 말보다는 글, 전화보다는 채팅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다”라며 “오디오 콘텐츠에 MZ세대에게 맞춤화된 소통방식이 결합된 점이 이들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섰다”고 봤다.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기존의 라디오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식의 플랫폼들이 꾸준히 등장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혁재 대표는 “프순라디오나 미국의 클럽하우스 같은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플레이어가 몇 년 안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오디오 콘텐츠는 음원 플랫폼과 출연자 모두에게 ‘윈윈’ 콘텐츠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민재 평론가는 “음원 플랫폼의 입장에선 영상에 비해 저렴한 제작비로 촬영과 편집의 부담 없이 만들면서도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뮤지션 입장에선 홍보 효과가 크다는 이점이 있어 꾸준히 이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스푼라디오, 블라블라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메이저로 진입하기 어려운 1인 창작자를 중심으로 MZ세대의 개성을 발산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될 것”(정민재 평론가)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