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서 ‘탄소중립맨 유중립’ 변신
생활속 탄소저감 실천방법 코믹하게 어필
온실가스 배출저감·순환자원 에너지화 등
환경산업기술원, 녹색기술 확산 ‘메카’로
‘저탄소’ 제품인증·플랫폼 녹색시장 창출
사회 전 영역 ‘녹색’ 전환·지속가능에 앞장
능동적 싱크탱크...직원이 행복한 일터
‘2050 탄소중립 완성’ 선도기관 될 것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은 요즘 ‘탄소중립 전도사’로 통한다. 별명도 ‘탄소중립맨 유중립’이다. 유 원장이 탄소중립 전도사가 된 것은 ‘지구를 지키는 탄소중립맨 유중립’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다. 환경산업기술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4월1일 업로드됐는데 조회수가 2만2549회(6월30일 기준)를 기록했다. 반응이 폭발적이다.
탄소중립을 주제로 코믹하게 편집한 48초짜리 동영상은 기관장의 점잖은 이미지를 속 뺀 유 원장이 합장한 채 중독성있는 리듬으로 ‘탄소중립’ 주문을 무한반복으로 외면서 가까운 거리걷기, 먼거리 대중교통이용, 텀블러 사용, 저탄소제품 등 생활속 탄소중립 실천사항을 소개한다.
지난달 서울 은평구 환경산업기술원 원장실에서 실제 만나 본 유 원장은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국민들이 너무 어려워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생활속 탄소저감 실천방법을 담은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주효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여세를 몰아 지난 5월 KBS 1TV ‘다큐 ON’에 출연해 인터뷰도 하고 생할속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달에는 매일경제TV에도 출연해 생활속 탄소중립 실천을 얘기했다. 이제 탄소중립하면 유 원장을 떠올릴 정도로 ‘탄소중립맨 유중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유 원장은 최근 ‘유중립과 함께하는 탄소중립 실천-현장탐방편’이란 제목의 2탄을 올렸다. 유중립이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 자전거 대여코너 ‘약속의 자전거’와 재활용품 분리배출 현장인 ‘그린모아모아’, 세제 등을 리필해주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 등 탄소중립 실천현장 3곳을 직접 방문해 소개한다.
탄소발자국, 그린카드 등 간단 퀴즈를 내고 상품을 주는 코너를 마련해 재미도 부여했다. 환경표지제품이나 저탄소제품 등 녹색제품 판매매장에서 녹색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탄소중립 실천의 한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탄소중립을 생활화하는 방법을 쉽게 안내하는 3탄도 준비중이다.
유 원장이 몸담고 있는 환경산업기술원은 녹색기술 보급과 확산의 ‘메카’다. 지난 3월 저탄소 혁신기술 개발, 녹색신산업 육성, 생산-유통-판매-소비 전 단계에서의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 개선, 저탄소 실천문화 확산을 내용으로 하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기도했다. 지난해 그린뉴딜 추경사업의 상당 부분을 직접 수행했고 올해는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섰다. 2009년 출범 후 11년 만에 직원 211명에서 3.2배인 670명, 예산은 1646억원에서 7.3배인 1조1967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했고 업무 영역도 크게 넓어졌다.
기술원은 그간 녹색기술 보급과 확산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선진환경이 주관연구기관으로 참여한 ‘폐냉매 무해와 처리설비 기술’ 개발로 약 58만t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았고,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통합평가모델은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및 지자체 시행계획 수립에 활용됐다. 앞으로는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포집과 이용, 자연 기반 흡수, 기후변화 적응, 순환자원 에너지화 등의 핵심 기술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환경산업 육성에도 앞장섰다. ㈜제이에스티는 기술원의 타당성 조사를 지원받아 지난해 이집트에 101억원 규모의 폐기물 선별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 200억원규모의 후속사업을 논의중이다. 기술원은 앞으로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분야 창업에서 성장까지 맞춤형 지원을 통해 녹색 선도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그린 ODA(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우즈베키스탄 폐기물 관리개선 마스터플랜을 지원하고 있는 등 국제환경협력을 통해 글로벌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친환경생활 부문에서는 환경표지·환경성적표지·저탄소제품 인증을 운영하고, 그린카드와 녹색매장 등 저탄소생활 플랫폼을 만들어 지난해 5조3000억원 규모의 녹색제품 시장을 창출했다. 환경표지 인증제품은 2018년 1만4698개에서 지난해 1만7969개로 22% 증가했다.
유 원장은 “앞으로 유럽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도입에 대응해 주요 수출품의 탄소배출량 산정방법 개발, 비대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녹색매장 온라인화, 탄소중립 생활 실천문화 확산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기술원의 장기비전으로 ‘글로벌 환경전문기관’에서 앞으로 ‘사회 전 영역의 녹색전환 지원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으로 수립했다.
유 원장은 “환경관리만 잘하자는게 아니라 녹색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서는 선도기관이 되자는 것”이라며 “녹색전환은 절체절명의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에너지도 전환하고 생활방식, 경제 금융시스템 사회제도까지 사회전체가 녹색전환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원은 수자원공사와 환경공단을 제치고 환경부로부터 국제환경협력센터로 지정됐다. 유 원장은 “기술원이 국제환경 협력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며 “오는 11월에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사적 흐름이라 뒤쳐지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며 “글로벌 환경 이슈에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문제 해결력을 갖춰 명실상부한 환경분야의 싱크탱크로서 녹색전환 대비 선도기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취임후 수행비서를 없애고 전화받는 직원 1명만 두고 있다. 자기 고유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돌려주자는게 그의 원칙이다. 모든 보고를 실무 담당자가 직접 하도록 해 업무 역량 향상과 소통의 기회를 늘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직급과 세대의 직원들이 공통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조직활성화 워크숍도 가졌다. 신입들이 기존 선배 직원들에게 최신 트렌드와 이슈를 소개하는 ‘역멘토링’(리버스 멘토링)도 진행했다. 소통과 화합을 통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조치들이다.
유 원장은 혼자 걷기를 즐긴다. 틈만나면 걷는다. 거의 매일 2만보 정도 걷는다고 한다. 큰 대로보다는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골목길을 선호한다. 매일 출퇴근도 걸어서 한다. “훗날 퇴직하면 전국을 방방곡곡을 걸어서 돌아다니고 싶다.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처럼...”
유 원장은 “알고싶은 게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얇게만 알아 깊이가 없다보니 공부할수록 새로운 내용이 많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책 출간을 준비중인다. 매일매일 공부하는 유 원장이 환경산업기술원을 녹색전환 선도기관으로 어떻게 변모시킬지 자못 기대가 크다.
김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