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 가격 메리트, 비규제 지역 찾아 빠른 이동

경기 오산·화성 숨고르는 사이 이천 아파트 가격 1.15% 상승

충남 서산도 모처럼 강한 상승세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도미노처럼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아파트들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전형적인 순환매 장세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KB국민은행 주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오산과 화성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자 또 다른 외곽지역인 이천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주 이천시는 1.15%로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16주 연속 1%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던 오산시와, 하반기 경기 남부 집값 상승을 이끌던 화성시, 안성시 등이 0.1% 내외 상승률로 주춤한 사이, 매수 열기가 이천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에서 얼마 안되는 비규제 지역이고 1억원 초반의 저가 아파트 단지들도 많아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월별 아파트매매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경기도 이천시 등 6곳의 수도권 비규제지역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배 늘어난 7500여 건에 달했다. 특히 이천시에서만 이 기간 3400건이 넘는 아파트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가량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중부내륙선 개통으로 부발역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고 지금은 이천 전역으로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는 중”이라며 “다만 높은 호가로 매수 분위기는 다소 주춤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이천시에서 분양에 나선 아파트들이 연이어 완판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9월에 분양한 ‘이천빌리브어바인시티’는 지역 최초로 전 타입 1순위 마감에 성공했고, 10월에 분양한 ‘이천자이더파크’는 평균 39.78대 1, 최고 66.82대 1 등 이천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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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모습 [헤럴드경제DB]

충청남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와 대전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근접성을 무기로 9월부터 10월까지 함께 강세를 보였던 계룡시가 주춤한 사이, 서산시가 뒤늦게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동참했다.

KB국민은행 주간동향에 따르면 계룡시는 지난주 가격 상승률이 0.0%로 7주간의 상승을 마치고 보합에 머물렀다. 반면 서산의 경우 이전 주 0.0%에서 이번주 0.63%가 오르며 충남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인근 당진시의 아파트 가격이 올해들어 거의 오르지 않고 있는 것과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대전과 세종을 제외한 충남 대부분이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고, 여기에 서산 등은 최근 개발 호재가 쌓이며 기존 주택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규제가 덜한 곳의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에도 오르고 있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이원화되는 초양극화 장세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역별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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