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소규모 재개발 ‘입주권 양도 제한’ 시행
“8월 3일까지 신청하면 법 예외”…조합 설립 속도
현장에서는 “현금청산 대상 되면 손해”…급매물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이쪽 구역은 이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예정인데, 길 건너 구역은 아직 소식이 없네요. 친한 주민들은 이러다가 땅값만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찾아와 걱정하고 있고, 매수자들 역시 ‘8월 전에 조합 설립이 되느냐’부터 물어봅니다.”
지난 9일 만난 서울 성북구 석관동 인근의 한 공인 대표는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한창인 석관동의 상황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당장 오는 8월 3일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면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지난 2월 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의 영향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개발사업은 앞으로 조합원의 입주권 양도를 제한받는다. 양도를 받을 경우에는 현금청산자로 분류돼 사실상 사업 참여가 불가능하다. 다만, 법이 시행되는 8월 4일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 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주민들의 조합 설립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 대표는 “같은 재개발 구역인데 8월 3일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구역은 나중에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지만, 8월 4일 이후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 소유권 이전을 못하고 팔아도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라며 “이 때문에 옆 구역과의 가격 차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조합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니 재개발’로 불리는 소규모주택정비 사업지들이 최근 동의서 접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석관 1-2구역은 최근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이 법적 기준을 넘기면서 조합설립총회와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앞서 조합설립에 성공한 1-3, 1-7구역에 이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으로, 당장 주민들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아직 동의서 접수율이 낮은 정비구역들이다. 석관동 내 13개 정비구역 중 단 두 곳만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데, 상당수 구역이 아직 동의율 80%를 넘기지 못해 신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공인 대표를 찾은 석관동의 한 토지 소유주는 “입주권 양도는 소규모 재개발 참여자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양도가 가능한 지역과 불가능한 지역의 가격 차이가 클 것”이라며 “같은 동네에 이런 가격 차이가 생기면 전체 사업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입주권 양도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해 아예 급매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석관동의 다른 공인 대표는 “최근 투자를 위해 들어왔다가 조합 설립 동의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니 다시 되팔겠다며 매물을 내놓은 경우가 있었다”라며 “지금은 향후 현금청산 위험성이 있다 보니 매수자들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사정은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 내 다른 소규모 정비사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금청산은 주택 소유주에게 곧 재산권 피해를 뜻한다"라며 "8월 전까지 조합 설립을 마치려는 사업지마다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