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낸 소송 바로잡다가 기한 놓쳐…대법
대법원.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 소송 종류를 잘못 선택했다가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기한(제소기간)을 넘겼더라도 문제 될 게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공장을 운영하던 A씨는 '공장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2019년 LH에서 선정이 취소됐다고 통보받는 바람에 공장 매매계약이 취소됐다.

A씨는 이에 불복해 LH에 매매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행정소송으로 제기해야 하는 사실을 모르고 일반 민사소송을 택했다.

법원이 사건을 행정부로 보내는 데 수개월이 걸려 2019년 7월에야 행정재판부에 배당됐고, 이후 A씨는 소송 요건에 맞춰 청구 취지를 바로잡았다.

LH는 재판에서 "A씨가 매매계약 취소 통보를 받은 게 1월인데, 제소 가능한 기간인 취소 통보 날부터 90일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1심은 LH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A씨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행정재판부에 배당된 시점부터 2주 이내에는 청구 취지를 바로잡아야 했는데 A씨가 이 기간을 넘겼다며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이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판결이다. 원고의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고 패소와 같은 효력을 낸다.

대법원은 "원고가 제소기간을 준수했는지는 원칙적으로 처음에 소송을 제기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이는 행정소송 도중 당사자가 청구 취지를 변경하더라도 처음 제기한 때를 기준으로 소송 제기 시점을 계산하게 한 행정소송법 취지에 따른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전에도 A씨와 같은 사례에서 기간을 지켰다고 인정한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한 사례는 있지만, 그 취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