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여수)=황성철 기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외곽조직에 3억원을 후원한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의 주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 외곽조직의 불법 후원금 모금 정황을 포착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27일 오전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관련 기업·단체 사무실과 관계자 주거지 등 15곳을 압수수색해 지출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박 전 회장은 민주당 당대표 경선을 앞둔 2020-2021년 여수상의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등의 명의로 공익법인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에 3억원대 불법 후원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시기 먹사연의 공익법인 결산 공시에 따르면 여수상의는 운영 목적과 관계없는 먹사연에 총 5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는데, 송 전 대표의 경선 시기인 2021년 1-2월에 총 4000만원을 집중 후원했다.
박 전 회장이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 업체 A사와 그가 사내이사로 있는 업체 등이 낸 후원금은 2억5500만원이었다.
당시 A사는 폐기물 소각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었서, 환경당국의 승인이 필요했던 박 전 회장과 후원금 제공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여수에 있는 기업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준 정황이 있어서 압수수색한 것이다”며 “대가관계 등을 규명할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 송영길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총 9400만원을 당내에 살포했다는 의혹을 수사했었다.
이과정에서 추가 자금이 불법적으로 사용된 정황을 확인했는데, 먹사연이 이 자금의 조달 창구로 지목됐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가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등 9240만원을 먹사연 돈으로 대납하고 허위 견적서를 쓴 혐의 등으로 21일 기소됐다.
이어 먹사연의 ‘자금원’으로 의심되는 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 경선캠프의 불법 자금 유입부터 사용까지 전반적인 자금 흐름 규명에 나섰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박 전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먹사연 후원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박 전 회장은 별도로 여수상의 공금을 횡령하고 배임한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수사받고 있다.
여수상의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이미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서 관련 자료 상당수가 순천지청에 넘어간 상태다”며 “일부 남아 있는 과거 박 전 회장 재임 시절 자금 내역 자료와 함께 당시 사용된 PC 등에 대한 포렌식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 전 회장이 총회나 회원들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후원을 결정해서 여수상의로서는 후원 배경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11일 여수상의 이용규 현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회장이 재임 시절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5차례에 걸쳐 먹사연에 8000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했다고 폭로했다.
상의 운영 목적에 맞지 않고 내부 논의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도 않은 채로 기부가 이뤄졌다는 게 여수상의의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여수상의는 박 전 회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2015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여수상의 회장을 역임한 박 전 회장이 공금을 집행하면서 개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목적에 부합되지 않은 용도 등 9억 7000만원 상당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박 전 회장은 여수상의에 변제금 목적이라며 8억원을 송금했고 상의측은 이를 공탁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