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주식거래 오전8~오후8시
출근 전, 퇴근 후 직장인 주식투자 늘어날 듯
대체거래소 출범 “시장 가격 발견 기능 살아날 것”
거래소 일부 근무시간 조정, 증권사는 시스템 개발 중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일하다보면 장이 끝나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퇴근 후에 주식으로 부업 뛸 수 있겠네요”
올해 직장생활 5년차인 31세 김 모씨는 내년 대체거래소(ATS)가 출범하면 퇴근 후 주식거래를 적극 해볼 계획이다. ATS가 열리면 주식거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대폭 늘어나면서 출근 전·후 시간대에도 주식거래가 용이해진다. 김 씨는 “단타로 하루 4만원만 벌어도 선방 아닌가”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앞으로 주식투자 풍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내년 3월부터 한국거래소(KRX)가 독점한 국내 증권거래 시장이 68년 만에 복수 체제로 개편되면서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거래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체결했다. 앞으로는 증권사가 한국거래소 또는 대체거래소인 ‘넥스트트레이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체감할 가장 큰 변화는 주식거래 시간이 하루 12시간으로 늘어나는 점이다. 기존 정규거래시간은 한국거래소가 열리는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였다. 넥스트트레이드는 이에 더해 개장 전(오전8시~8시50분) 프리(Pre)마켓을, 폐장 후(오후3시30분~오후8시)엔 애프터(After)마켓을 운영한다.
금융당국은 넥스트트레이드를 통해 유동성이 높은 800여개 코스피·코스닥 종목을 거래하도록 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ETF)·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허용할 방침이다. 제도권 편입을 추진 중인 조각투자 형태 투자계약증권 및 토큰증권(ST) 등도 거래될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 전망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 체제가 도입이 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장이 늘어나고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살아나게 된다”고 했다.
호가 유형도 늘어난다. ATS 출범 시기에 맞춰 KRX와 ATS에 ‘중간가호가’와 ‘스톱지정가호가’ 등 두 가지 새로운 유형이 적용된다. 중간가호가는 최우선 매도·매수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주문이 체결되는 방식이다. 가령, A종목 매도 호가 최대 1만40원에서 최저 9970원에 형성됐다면 중간값인 1만5원에 매수가 체결되는 식이다. 스톱지정가호가란 시장 가격이 투자자가 미리 정해놓은 가격 수준에 도달하면 지정가로 주문되는 방식이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에 도달하면 7만9500원에 매도한다’고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손절매나 분할매수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투자자는 주문 과정에서 KRX 또는 ATS를 선택하게 된다. 선택하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최선행집행의무’에 따라 ▷가격 ▷수수료 ▷주문규모 ▷체결가능성 등을 비교해 두 거래소 중 투자자에게 좋은 조건인 곳에 주문을 집행해야한다.
대체거래소 출범을 앞두고 증권사와 KRX도 준비작업 중이다. ATS에 참여를 확정한 증권사 23곳은 금융감독원이 최선행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 자체 개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개발하지 않을 경우 위탁 개발하거나 코스콤 또는 넥스트트레이드에 수수료를 내고 빌려쓰는 방안이 있다.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추가 인력 편성 문제는 고심 중인 분위기다. KRX는 ATS의 청산과 시장감시 기능 등을 수행하면서 투자자보호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 거래정지·써킷브레이커·사이드카 등 시장안정조치 결정을 ATS에 실시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프리·애프터 마켓에 대한 감시와 청산을 위해 근무시간도 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