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고물가]

가공식품 물가 10.4% 상승

2009년 이후 최대폭 오름세

농축수산물 안정에도 급등

공공요금 상승폭 역대 최고

이미 상방압력 상당히 응축

석유류 가격 꺾여도 오른다

취약계층 재정 지원 속도전

고물가 고통 끝나지 않았다…억누른 가공식품·공공요금 ‘용수철 효과’ 우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지난달 농축수산물·석유류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 축소·하락에도 2차 생산품인 가공식품,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오름세는 더 커졌다. 지난해 인위적으로 묶어두었던 물가 상방압력이 분출하는 모양새로, 고물가 고통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다.

정부는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요인 흡수를 당부하는 등 물가 억제 총력전에 나섰다. 고물가로 생계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도 집중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인위적으로 억누른 가격의 상승압력이 응축돼 향후 ‘용수철 효과’도 우려된다.

6일 통계청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4%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1.3% 올랐다. 2월 기준으로 2009년(15.3%) 이후 최대폭 증가다. 치즈(34.9%), 식용유(28.9%), 맛살(28.4%), 부침가루(26.3%), 드레싱(26.0%), 물엿(25.1%), 밀가루(22.3%) 등 품목에서 20% 이상 상승률을 나타냈다.

공공요금도 상승세가 더 거세졌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8.4% 상승했다. 지난 1월 28.3%에서 0.1%포인트 상승률이 더 높아졌다.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상수도료(전월비 0.4%) 상승이 2월 공공요금 물가를 소폭이나마 더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가공식품과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세는 원자재 물가 추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가공식품 원자재격인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1% 상승에 그쳤다. 전기·가스·수도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 물가는 심지어 하락세를 나타냈다. 석유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전월비로도 1.3% 줄었다. 이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큰폭으로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공식품과 외식 등 2차 생산품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시차를 두고 따라 간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비교해 긴 시간 인위적으로 2차 생산품 물가를 잡아둬 앞으로도 오름세가 지속할 수 있다.

이에 근원물가인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 하락폭이 낮아졌다. 지금까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주도, 소비자물가지수가 근원물가 보다 높았다. 그런데 2월엔 총지수와 근원물가가 4.8%로 같았다. 202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근원물가는 기조적 물가 등락률을 나타낸다. 근원물가 하락세가 더디다는 것은 앞으로 물가 상승세가 비교적 길게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2022년 4월(4.8%) 이후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하는 등 안정흐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안정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누적된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식품·서비스 등 수요품목의 가격 불안요인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고물가 등으로 생계부담을 느낄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선 재정지원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국민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관세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절감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점 재정 집행관리 분야인 취약계층·소상공인 필수 생계비 지원사업(56조원)은 2월말까지 10조1000억원(집행률 18.1%)을 집행하는 등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동절기 공사중지 해제(2월말) 등 집행여건이 나아지는 3월부터 집행을 더욱 가속화하도록 총력을 다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 생계비 지원사업의 세부 집행관리에도 만전을 기하여 당초 상반기 집행목표가 차질없이 달성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