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3 한국 부자보고서’
부의 토대가 되는 종잣돈 규모 평균 8억원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총자산 100억원’
성장 도력으로는 연평균 8800만원 ‘소득잉여자금’ 꼽혀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만 42세, 자산 8억원 이상’
평균 금융자산 60억원가량을 보유한 국내 부자들을 토대로 파악된 ‘부자가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이들은 평균 40대 초반에 8억원가량의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자산 축적에 기여도가 가장 큰 원천은 ‘사업소득’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소득을 주요 자산 축적 수단으로 활용한 경우는 10% 수준에 불과했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 한국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 부자로 분류된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별 면접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한국 부자의 기준은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금융의사결정자로 한정했다.
한국 부자, 평균 40대 초반에 8~10억원 모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부의 토대가 되는 종잣돈의 최소 규모를 평균 8억원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8억2000만원)보다 2000만원 감소한 수준이다. 총자산이 많을수록 종잣돈으로 생각하는 자금 규모는 컸다. ▷총자산 50억원 미만은 평균 6억8000만원 ▷총자산 50~100억원 미만은 8억2000만원 ▷총자산 100억원 이상은 10억6000만원을 종잣돈 규모로 꼽았다.
부자들이 종잣돈을 모은 시기는 평균 42세로 나타났다. 종잣돈의 규모가 작을수록 시기는 앞당겨졌다. 그러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총자산별로 평균 40~45세를 종잣돈 마련의 시기로 꼽았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했던 투자 방법은 ‘거주용 주택’이 가장 많았다. 부동산투자가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 자산 축적의 주요소로 활용됐다는 얘기다. 다만, 총자산 50억원 미만 부자들의 경우 ‘주식’과 ‘예적금’의 기여도를 3·4위로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높은 소득에 기반한 금융투자로 기본 자산을 축적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종잣돈을 넘어, 현재의 자산을 축적하는데 가장 기여도가 큰 원천으로는 ‘사업소득(31%)’이 꼽혔다. 이 외에는 부동산투자(24.5%), 금융투자(13.3%) 등이 뒤를 이었다. 근로소득을 가장 기여도가 큰 원천으로 꼽은 비중은 11.3%로, 열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근로소득을 선택한 비중은 10.7%에서 11.5%로 늘었다. 실제 총자산 50억원 미만에서는 사업소득을 택한 비중이 근로소득의 2배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50억원 이상에서는 3.6배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고소득 전문직들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부자의 기준은 ‘총자산 100억원↑’…스스로 39.5%만 ‘부자’라고 인식
한편 부자들이 제시한 부자의 기준으로는 ‘총자산 100억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26.7%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총자산 50억원 이상(14%), 총자산 200억원 이상(10.7%) 등이 꼽혔다. 500억원 이상을 꼽은 비중도 4.2%나 됐다.
이에 따라 자신을 부자라고 인식하는 비중은 전체 3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50~100억원 미만 구간의 자산가가 스스로 부자라고 인식하는 비중이 1년 만에 55.9%에서 41.5%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총자산 100억원 이상 자산가 또한 같은 대답을 한 비중이 76.2%에서 71.9%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른 이후, 수치상 자산만 늘었을 뿐, 타인에 비해 자산이 더 많아졌거나 스스로 부자가 됐다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의 성장 동력 1순위는 ‘월평균 700만원’ 이상의 잉여자금
아울러 부자들이 활용한 부의 성장 동력 1순위로는 ‘소득잉여자금’이 꼽혔다. 이는 소득 중 저축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한다. 부자 가구의 소득잉여자금은 연평균 8825만원으로 월 700만원 이상을 저축할 수 있는 규모로 집계됐다.
부자들은 두 번째 성장 동력으로 ‘부채 활용’을 선택했다.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다. 부자들의 부채규모는 평균 4억8000만원으로 지난해(7억1000만원)보다 2억3000만원가량 줄었다. 이는 금리 인상과 전세가격 하락의 영향이다.
다만 이 중 임대보증금은 80.8%, 금융부채는 19.2%를 차지했다. 주로 부동산에 의해 형성된 부채가 많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부자들이 활용하는 부채규모는 총자산이 많을수록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성장 동력은 ‘자산배분 전략’이었다. 부자들은 전반적으로 금융자산에 높은 비중을 배분했다. 연간 소득잉여자금 대비 금융자산배율은 35배로, 거주용 부동산자산 배율(23배), 부동산투자자산 배율(19배)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분류를 넓힐 경우, 실질적으로 부동산투자(42배)가 금융투자(35배)에 비해 더 높게 배분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부자들은 자산이 많을수록 금융에서 부동산으로 자산을 이동하는 전략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