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땐 인선 발표에 한달…2기는 즉흥 낙점 줄이어
트럼프의 초스피드 인사…보고 받다 갑자기 지명도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비행기에 탈 때는 미정이었지만 내릴 때에는 결정완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때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미정’이었다. 내릴 때는 충성파 맷 게이츠가 이 자리에 낙점됐는데 비행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게이츠의 이름은 이날 워싱턴DC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거론됐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백악관 일정을 마치고 플로리다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후보군을 논의하다 게이츠를 점찍어 버린 것으로,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즉흥적인 인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이같은 사례를 들며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스타일이 집권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파격적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NYT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후보자 내정도 즉흥적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러라고에서 후보군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받던 중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를 갑자기 지명했다. 이후 발표까지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일부 캠프 인사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야 헤그세스 내정 사실을 전달받았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군에 처음 거론됐을 때도 트럼프 당선인은 비웃고 말았다가 마음을 바꿔 최종 낙점한 바 있다.
즉흥성 강한 인사 덕분에 내각 인선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속도에 참모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자신이 진행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 방식을 적용하는 등 독특한 인선 스타일을 보여준 바 있다.
그때는 당선 한 달 뒤인 2016년 12월에야 첫 번째 내각 인선이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당선 며칠 뒤부터 속도전으로 인선 발표를 하는 게 차이점이다.
지난 7일 선거를 승리로 이끈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후 열흘 만에 법무, 국방, 국무장관 등을 지명했다. 경력과 자질은 물론 여론 전반에 대한 신중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속도인 셈이다.
집권 2기 인선 작업의 중심에는 대형 스마트 TV가 있다고 알려졌다.
인수위가 작성한 후보군 명단을 훑어보다 관심 있는 인물이 나오면 스마트 TV로 해당 후보자가 출연했던 방송을 곧바로 살펴본다는 것이다.
즉흥 인선의 부작용으로 후보자 부실 검증 논란도 잇따르고 있다.
지명 후 성비위 의혹이 제기된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으로 애초 자질 논란이 있었던 게이츠 법무장관 후보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낙점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과거 발언으로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경력이 없이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발탁된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과거 행적이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보다 ‘충성심’을 가장 큰 척도로 삼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는 집권 1기 때의 경험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험 부족 상태로 백악관을 넘겨받은 ‘아웃사이더’로서 전직 관료 등의 조언을 받는 등 통상적인 ‘워싱턴 방식’으로 주요 인선을 마무리했지만 이후 이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고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 외부의 조언에는 덜 귀를 기울이고 충성도를 가장 큰 기준으로 인선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