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가상투자 시뮬레이션
올해 시가총액 TOP 10 수익률
한국 6.33% vs 미국 52.15%
거래소, 밸류업펀드 금주 집행
올해 들어 같은 투자금으로 국내 증시 대표 대형주 대신 미국 증시 대표 대형주에 투자했을 경우 7배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종목별 수익률 격차에 더해 ‘강(强)달러’ 현상까지도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관련기사 3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증시로 투자처를 옮기는 ‘투자 이민’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국내 증시 리스크 심화는 이 같은 현상을 더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투자 이민’을 부르는 국내 증시 약세 현상에 적극 대응하며 투심 안정에 박차를 가하겠단 입장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시 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국내 증시 낙폭은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필요 시 언제든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 등 시장안정조치가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상황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수급 안정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헤럴드경제는 가상의 인물 A·B 씨가 각각 올해 초 한·미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1억원(종목별 1000만원 균등 투자)씩 투자했다는 가정하에 지난 14일까지 기록한 수익률을 산출했다.
이 결과 국내 증시 10개 종목에서 A 씨가 번 수익금은 632만6000원(평균 수익률 6.33%)이었다. 반면, 미 증시 10개 종목에서 B 씨가 번 수익금은 무려 5215만4000원(수익률 52.15%)에 달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단 한 종목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미국 주식의 경우 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 수익에 대해선 22%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 세금을 낸 후 B 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약 4369만5520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시총 톱(TOP)10에 투자해 얻은 수익의 6.91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도 서학개미의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서학개미는 8.24%(1달러당 1299→1406원)에 달하는 환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만큼, B 씨의 수익도 약 4729만6031원까지 늘어난다. 이 경우 A 씨와 B 씨의 수익 격차는 7.48배까지 늘어난다.
미 증시로 직접 ‘투자 이민’을 떠나지 않았더라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만 투자했던 투자자의 수익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미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S&P500)의 수익률이 35.18%로 국내 증시 대표 지수 추종 ETF(KODEX 200)의 수익률 -11.93%를 압도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 ETF로서 지난 2002년 10월 상장한 후 22년간 줄곧 순자산 1위 자리를 차지해 온 ‘KODEX 200’이 ‘TIGER 미국S&P500’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머니 무브’ 현상도 발생했다.
국내 증시의 소외 현상이 심화할수록 ‘동학개미의 서학화’ 속도는 해가 갈수록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017억4694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