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비명계 물밑 움직임에 ‘과격한 내부단속’
“당 어려운 시기, 세력화 움직임은 천벌 받을 일”
선거법 유죄 李 리더십 ‘위기감’ 읽힌다는 분석도
“누가 누구를 만난다고 했을 뿐인데 막말 쏟아져”
‘新3김’ 등 잠룡, 당분간 눈에 띄는 활동 자제할듯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절대 다수 설득해야”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따른 피선거권 박탈 위기로 ‘新3김’ 등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들을 비롯한 비명(비이재명)계의 향후 행보가 조명받자 친명(친이재명)계가 ‘과격한 내부단속’에 나섰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친명계 중진의원은 19일 헤럴드경제에 “지금 이렇게 당이 어려운 시기에 세력화를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천벌을 받을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의 재판 결과를 기회로 보는 것이라면 그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친명계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전직 의원모임 초일회가 내달초 회동을 예고하는 등 비명계의 물밑 움직임이 포착되자 격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비명계를 겨냥 “움직이면 죽일 것”(최민희 의원)이라 경고하고, “침소봉대의 침도 안 된다”며 평가절하 하는 등 ‘이재명 대안론’을 원천 차단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같은 발언들에 대해 당 차원의 입장이 아닌 개인 의원의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고,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과잉 반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비명계를 겨냥한 친명계의 ‘경고 사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민주당이 대선 비용 434억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위기 상황에 내부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강하게 비판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소통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박수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어떤 그런 대안 세력을 언급할 수도 없다”며 “소위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들도 속으로 어떤 생각이 있어도 그렇게 행동하거나 속내를 비치거나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친명계의 이같은 반응에서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위기감이 읽힌다는 주장도 있다. 수원지검은 이날 오전 이 대표를 ‘경기도 법인카드 업무상 배임’ 사건과 관련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당장 오는 25일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불어날수록 친명계는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따라붙는다. 원외 비명계 인사는 “단지 누가 누구를 만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것뿐인데 온갖 막말 쏟아지고 있다”며 “선거법 1심에 이어 위증교사 1심을 기다리는 불안감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명계는 당분간은 눈에 띄는 활동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선 후보 플랜B’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지금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닌 듯 하다”며 선을 그었고, 초일회와 회동을 앞둔 김 전 국무총리와 독일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명계 입장에선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혹시나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내부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대안으로 인정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