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스리 시티에 생산시설 건설 추진

내년 착공…2026년 상반기 생산 목표

1997년 진출…노이다·푸네에 공장 구축

올해 인도법인 매출 사상 첫 4조원 눈앞

인도 ‘국민 브랜드’ 도약…내년 IPO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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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노이다 공장에서 직원들이 에어컨 컴프레서를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LG전자가 인도에 신규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다. 인도 경제의 가파른 성장으로 가전 시장도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공장을 추가 신설해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인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스리 시티’에 세 번째 생산기지 검토…2026년 생산 목표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인도에 세 번째 가전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지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에 위치한 스리 시티(Sri City)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가 인도에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지난 2006년 푸네 공장 준공 이후 약 20년 만이다. 스리 시티에 들어설 예정인 공장은 인도 내 LG전자의 세 번째 생산기지가 된다.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해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가 세 번째 생산기지를 구축하면 현재 인도 가전 시장 내 확보한 영향력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인도 올레드(OLED) TV와 에어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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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2006년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건설한 공장 전경. [LG전자 제공]

당초 타밀나두주 첸나이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 시티를 놓고 저울질한 LG전자는 물류운송 측면에서 인프라 기반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스리 시티를 세 번째 공장 후보지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네 공장과는 비행기로 약 2시간30분 떨어져 있다.

스리 시티가 속한 안드라프라데시주가 적극적인 지원을 내건 점도 영향을 줬다. 안드라프라데시주는 최근 외국 기업들을 겨냥해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며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같은 그룹사인 LG화학이 이미 스리 시티에 진출해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기아는 지난 2019년 인도 내 첫 생산기지를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에 준공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 공장 추가 신설에 대해 “인도 시장 성장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투자 확대 옵션을 검토할 수 있으나 현재로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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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첫 진출…인도법인 연 매출 사상 첫 4조원 눈앞

LG전자가 20여 년 만에 신규 생산시설 구축을 결정한 것은 인도 가전시장의 고속 성장과 수요 증가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1997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첫 공장을 세우며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2006년에는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에 두 번째 공장을 지었다.

노이다에서는 소형 제품을, 푸네에서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등 프리미엄 대형 제품을 생산한다. 작년에는 약 20억루피(약 300억원)를 투자해 푸네 공장에 양문형 냉장고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LG전자는 인도 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가전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LG전자 인도법인의 매출은 2020년 2조1731억원에서 2023년 3조3009억원으로, 3년 사이 51.9% 증가했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인도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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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 가전 매장에 전시된 LG전자 TV와 워시타워, 양문형 냉장고. 델리=서재근 기자

LG전자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9월 인도에서 거둔 매출은 3조733억원이다. 이는 작년 한 해 매출(3조3009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LG전자 인도법인의 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전자가 해외법인으로부터 받는 배당금 규모에서도 인도법인의 성장세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지난해 LG전자가 해외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1조7072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인도법인에서 발생한 배당금은 7176억원이다. 이는 전체의 약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도 ‘국민 브랜드’ 노리는 LG, 내년 IPO 기대감↑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인도 OLED TV 시장에서 6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에어컨 시장에서도 점유율 3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판매·생산법인 뿐만 아니라 최근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의 인도법인까지 설립하며 현지에서 보다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또한,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가전 구독사업을 비롯해 전자칠판 및 에듀테크 등 다양한 신사업을 인도에서 전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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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완(오른쪽 첫번째)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인도를 찾아 뉴델리 판매법인과 노이다에 위치한 가전 생산라인 및 R&D센터 등을 점검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LG전자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단지 제품 차원에서만 1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에서 ‘국민 브랜드(national brand)’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내년 인도 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기업가치 제고 및 자금운용 등의 관점에서 IPO를 포함한 다양한 성장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조주완 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법인 IPO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많은 옵션 중 하나”라며 “우리는 유사 산업 IPO 사례 측면에서 인도 시장의 진행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