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 3000억대 수주
초대형 가스선 시장 경쟁력 증명
中 90% 싹쓸이 컨선 대체 효자로
중국 조선업이 세계 1위 자리를 꿰차며 매섭게 성장하고 있으나 가스운반선 시장에서는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 우위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을 주력으로 기술력을 키우며 선별 수주를 이어간 성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LNG·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날 나란히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2척을 수주했다.
총 수주 금액은 HD현대중공업이 3403억원, 한화오션이 3333억원이다. 양사는 2027년 말까지 각각 선박 2척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누적 총 177척, 197억7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 135억달러의 146.4%를 잠정 달성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총 42척, 81억5000억달러 상당의 선박을 따내며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35억2000만달러)의 2.3배 이상을 달성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VLGC 동시 수주는 우리 조선사가 가스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바탕으로 컨테이너선을 싹쓸이하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가스선에서 만큼은 한국 조선사가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선박 브로커 엑스클루시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중국 조선사의 올해 신조시장 점유율은 74%로 지난해(63%)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이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각각 90%와 81%로 늘린 영향이 크다. 탱커 부문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은 72%에 달했다.
그러나 가스선 부문에서는 44%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08년 당시 가스선 점유율이 10%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지만 다른 선종에 비해 기술력, 경험, 노하우 등에서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가스선은 건조 난도가 높은 선박 중 하나로 최근 신조선가 상승 폭이 큰 데다 마진도 좋아 조선사의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하는 선종으로 손꼽힌다. 중국 장난조선소, 양지장조선 등이 본격적인 가스선 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스선 부문의 올해 신조 인도량을 살펴보면 한국이 63%를 건조하며 견조한 시장 지배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2026년에도 55%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엑스클루시브는 내다봤다.
실제 우리 조선사의 선종 구성을 보면 상선의 자리를 가스선이 대체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HD현대미포를 제외한 대형 조선 4사의 인도 선종은 2009~2011년 당시 컨테이너와 탱커가 대다수였으나 2020년대부터 탱커가 유지되는 가운데 LNG 운반선 건조량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25년부터는 탱커와 컨테이너 건조량이 빠지지만 그 자리를 LNG선이 65척 안팎으로 인도되고 VLGC와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이 늘어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