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마다 집값 격차 해소를 민생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집값 상위 10% 가구가 소유한 주택 가격이 하위 10%보다 40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정책 목표로 양극화 해소를 표방한 만큼 불평등을 줄이는 성장에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3년 주택소유통계’의 키워드는 양극화와 부의 쏠림이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 중 10분위(상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은 12억5500만원이다. 해당 통계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거래가는 20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1분위(하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은 3100만원이다. 실거래가로 따져도 5000만원 가량이다. 10분위와 비교하면 집값이 40배 차이난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쏠림이 컸다. 상위 10%의 거주지역 중 서울 비율만 5.0%를 차지했다. 경기(2.9%) 역시 해당 비율이 높았다. 서울에서 5채 이상 집을 소유한 가구의 30% 가량은 송파구(5277가구), 강남구(3659가구), 서초구(2671가구) 등 강남 3구에 위치했다.
문제는 집값의 양극화와 지역 쏠림이 커질수록 청년층의 ‘영끌’ 대출이 만연하고, 이로 인해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수의 발목을 잡아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소득보다 자산이 커지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탓에, 어떻게 해서든 자산 피라미드 상단에 붙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감행하고 여기에 고금리가 맞물리면 부채의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를 기록하며 조사 대상 59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보통 관련 수치가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에 제약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한국은 위험수위를 한참 넘은 것이다.
주택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금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동조해 한국은행도 지난달 3년2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는 곧 ‘빚내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음을 뜻한다. 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대략 2년 뒤 집값이 10~12% 오를 수 있다고 부동산학자들은 예측한다. 가뜩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불안해지며 주택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해 내후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는 일시적 집값 상승세 둔화에 마음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 8월 발표한 서울·수도권 8만가구 주택공급 계획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