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들, 워시 재무 기대감에 미 국채 랠리 분석

연준 이사 경험…정부 부채 감독 등 이점 평가

USA-TRUMP/TREASURY
케빈 워시 후버연구소 객원 연구원 겸 스탠퍼드경영대학원 강사가 2017년 5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손 투자 콘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을 아직 지명하지 않은 가운데, 월가는 후보군 중 케빈 워시(54)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시장에서 워시가 미국 재무부를 이끌 노련한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 전략가들은 워시가 재무장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날부터 미 국채가 랠리를 펼쳤다고 분석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AG 전략가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워시 후보의 부상이 국채 랠리의 큰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리거 코메르츠방크AG 전략가도 워시가 재무장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국채 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교·안보 분야의 장관급 인사를 신속하게 발표했지만 재무장관은 유력 후보자들이 공개적으로 다툼을 벌이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워시와 함께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 월가의 억만장자 마크 로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주일미국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 연방 상원의원(테네시) 등이 차기 재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이 재무장관에 워시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 베센트를 낙점하는 조합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워시가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면접을 보기 위해 인수팀이 꾸려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청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통과할 경우 워시의 핵심 직무 중 하나는 28조달러 규모의 미 정부 부채를 감독하는 일이 된다.

밥 새비지 BNY 시장 전략 및 인사이트 책임자는 “워시가 승인 받기를 바란다”며 “그러면 연준과 재무부가 정부 재정 지원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경제 자문, 모건스탠리 인수합병부문 부사장을 지낸 후 연준 이사로 5년간 일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생인 그는 스탠퍼드경영대학원 강사 겸 후버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워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연준 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이 제롬 파월을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파월을 선택한 것을 두고 후회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데이비드 웨셀 브루킹스연구소 허친스재정·통화정책센터 센터장은 “워시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대규모 금융 위기 당시 연준에 있으면서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정책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다룬 경험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워시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의제를 수행하기에 적합한가에 대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연준 이사 시절인 2010년 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의 기미는 친성장 정책에 대한 혐오”라고 말했고, 2011년 후버연구소 공동 기고문에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적 보호주의의 물결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워시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나타내 왔다는 점도 트럼프 당선인과 잘 어울릴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011년 연준을 떠나기 전 워시는 양적완화를 종료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인사였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미국 경제 연구 책임자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워시는 경제가 강할 때 매파적이고, 경제가 약할 때도 매파적이다. 트럼프 개인이 정말로 원하는 유형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