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자취 성지’ 봉천동 가보니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값·경매 ↑
“보증보험 안전장치 선택 아닌 필수”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보험 되는 집 위주로 찾으세요. 그렇다보니 보증보험 가능한 매물이 귀해지다보니 입지조건에 비해 가격이 비싸도 조건을 따지지 않고 급하게 입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집들은 보통 나오면 1주일 안에 계약되는 상황입니다.” (관악구 봉천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은 좁은 골목길에 빌라들이 촘촘히 들어선 모습이었다. 봉천역·서울대입구역·낙성대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해당 경관이 펼쳐진다. ‘자취의 성지’로 불리는 관악구에는 젊은 청년 1인가구가 많다. 봉천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사람들은 서울에 집을 구할때 일단 관악구부터 알아본다”며 “젊을 때 살 수 있는 싼 집들이 그만큼 모여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30세대가 혼자 사는 가구가 모여있다보니, 전세사기에도 그만큼 취약한 편이다. 국토교통부의 ‘기초지자체별 전세사기 피해주택 소재지 현황’에 따르면, 서울전세사기 피해 건수 총 6001가구 가운데 관악구가 1334가구로 가장 피해사례가 많았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원룸·투룸은 가격이 획일화되지 않고 아파트에 비해 시세 확인이 어려운데다가 처음 집을 사는 젊은이들이 꼼꼼하게 계약을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부동산 시장 변화가 감지된다. 전세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새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보증보험 가입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됐고, 월세 가격 상승과 경매 물건도 급증하는 추세다.
현장에서는 세입자들이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보증보험 가입 조건이 공시지가 126%로 하향되며 반전세 형태는 늘고 월세도 올랐다는 전언이다. 봉천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실 있는 투룸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10만~130만원이 최근 시세다”며 “전세사기 이후로 월세를 많이 찾다 보니까 집주인들도 올해 초에 비해 보증금을 1000만원 이상, 월세도 20만~30만원 정도 올린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월세 매물의 경우 보증금에 대한 손실 가능성이 낮고, 경매로 넘어가도 최우선 변제금액 보장이 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매물이 쌓이질 않는다고 한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오늘 오전 올라온 단독주택 전용42㎡ 4층 투룸 보증보험 매물은 벌써 5명이 문의를 주고 방을 직접 보고 갔다”며 “나오면 바로 계약되는 수준이라 매물이 점점 귀해진다”고 설명했다.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도 많아졌다. 지지옥션이 제공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의 단독·다가구 주택 경매 진행건수는 총 71건인데 이중 관악구가 15건으로 서울 자치구 중 약 2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악구 신림동 C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예전보다 경매로 넘어가는 비율이 훨씬 늘었다”며 “단독·다가구주택은 보증보험이 잘 안된다. 임대인은 보증보험 반환을 몇 십만원씩 해줘야 하는데 임대인이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전보다 자주 생기다 보니 경매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부동산 현황을 살펴보면, 관악구는 지난 9월 79건에서 지난 달 115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서울 자치구 내에서 가장 많았고, 2위 동작구(50건)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세입자들이 경매를 신청한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해 전세사기의 여파로 볼 수 있다”며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관악구의 임차권 등기 신청이 늘어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