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달러 규모 우크라 채무 탕감 추진...의회 승인 절차 남아

바이든, 에이태큼스와 대인지뢰 이어 우크라 지원 연이어 내놔

UKRAINE-CRISIS/USA-WEAPON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채무 약 47억달러(약 6조5800억원) 면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미국은 전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데 이어 대인지뢰 제공까지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긴급 조치를 줄줄이 쏟아내는 모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대출 47억달러를 탕감하기로 했다. 미국 의회가 지난 4월 통과시킨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 법안에는 610억달러(약 83조원) 규모 중 94억달러 이상의 탕감 가능한 채무가 포함돼 있었으며, 이 중 절반은 15일 이후 대통령이 면제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채무를 탕감하기 위해 법안에 명시된 필요한 절차를 이행했다”며 이 조치는 최근 며칠 사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탕감 조치는 의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채무 면제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제안했으며 20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밀러 대변인은 기존의 정부 정책을 뒤집고 대인 지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도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비지속성 대인지뢰를 공급한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개전 1000일이 지난 이 전쟁에 대전차 지뢰를 지원해왔지만, 대인지뢰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상황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고 적용한다. 우리가 본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향한 러시아의 보병 진격이며, 대인지뢰는 이러한 진격을 무력화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에 지원하는 대인지뢰가 민간인에게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오스를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현지 기자회견에서 대인지뢰 공급을 확인하면서 그 이유로 러시아가 전차 등 기계화 부대를 앞세운 전쟁 초기와 달리 보병 부대 진격 작전으로 전술을 변경했다는 점을 들었다.

오스틴 장관은 “이게 바로 우크라이나가 현재 보고 있는 것이며 그들은 러시아의 진격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을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대인지뢰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고 말했다.

미국이 제공하는 대인지뢰는 비지속적이다. 사전에 설정된 기간이 지나면 지뢰가 비활성화된다. 지뢰가 폭발하려면 배터리가 필요하며, 배터리가 고갈되면 지뢰가 폭발하지 않는 원리다. 미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지뢰가 최소 4시간에서 최대 2주에 이르는 일정 기간 후에 비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이를 폐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재차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을 되살렸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우크라이나 전황이 나빠지자 갑자기 자신의 정책을 번복한 셈이다.

한편, 밀러 대변인은 대규모 공습경보 이후 폐쇄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미대사관을 오는 21일부터 정상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