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대선 후 미친듯한 오름세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1개당 9만9000달러를 돌파했다. 대선일이었던 5일 이후 보름여만에 40%가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할 정도로 친(親) 가상화폐 정책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백악관에 가상화폐 전담 부서 신설과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 차원에선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률이 부진한 한국 증시에는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전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고 했다. 언젠가 비트코인이 금을 추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안전자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첫날 가상자산 규제론자인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도 공약했는데, 겐슬러 위원장은 한발 앞서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물러나겠다”고 이날 선언했다. 시장은 신고가로 반응했다. 22일 오전(한국시간) 시가총액 순위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개당 9만8394달러 기준)은 1조9470억달러로 글로벌 전체 자산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1위인 금(17조9370달러)의 9분의1 수준이고, 2위인 엔비디아(3조5970달러)의 절반 이상이다.

트럼프 당선 후 약세를 거듭하는 국내 증시로선 엎친데 덮친격의 악재다. ‘국장(국내증시)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증시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비트코인마저 ‘불장’이 되면서 비명은 더 커졌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일일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압도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또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은 줄고,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 잔액은 늘어났는데 통장을 깨고 급전까지 얻어 미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 가운데 여야는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논쟁이다. 야당은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되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이는 세법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과세 2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민생과 세수를 잘 따져 결정해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미국 가장자산 정책 변화에 따른 정부의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비트코인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국내 증시 뿐 아니라 당장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명확한 신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