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기
곽정기 변호사가 지난 12월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백현동 수사 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경찰 출신 곽정기 변호사(50)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곽 변호사가 수사 무마 활동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현직 경찰에게 사건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건넨 것은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허경무)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같이 기소된 현직 경찰 박모(58) 경감에 대해서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곽 변호사는 경찰 출신 변호사다. 서울 강남, 서초, 영등포, 용산 등에서 형사과장을 지냈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근무하면서 클럽 버닝썬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서울 주요 경찰서를 두루 거친 거물 ‘경찰 전관’으로 유명했다.

검찰은 곽 변호사가 2002년 6~7월 성남시 백현동 부동산 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관련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해 5000만원의 공무원 교제 및 청탁 자금을 수수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또 박모 경감에게 사건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수사 무마를 위해 5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곽 변호사 측은 5000만원이 정당한 수임료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수임료 7억원, 성공보수 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사건이 종료되기 전에 5000만원을 받을 특별한 사유가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유죄) 확신이 들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 무마’ 동기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5000만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는 정바울의 증언이 유일하다”며 “현금을 교부하게 된 경위, 과정에서 진술이 조금씩 변경된다. 또 법정에서 ‘사건 마무리하겠다’는 말을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헷갈린다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과 곽 변호사 사이를 연결한 ‘법조 브로커’ 이모 씨가 ‘수사 무마’ 발언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회장과 곽 변호사 사이에 직접 오고간 돈은 5000만원이 유일한데 이에 대한 정 회장의 발언이 신빙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곽 씨가 박 경감에게 ‘사건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지급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전직 경찰관 출신 변호사로서 현직 경찰관과 지속적으로 교류했다. 수임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차례 소개 받은 내역도 확인된다”면서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400만원을 받은 박 경감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보면 법조 브로커로 이 사건에 개입한 이 씨와 별로 다르지 않다”며 “식사 자리에 (백현동) 담당 수사관이나 옆팀 수사관을 불렀다. 양형 사유로 공소사실 외에 잘못에 대해서는 자제해야 하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