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이세진 기자] 10월 말 시작되는 인도 최대의 쇼핑 시즌 ‘디왈리(Diwaliㆍ등명제)’를 앞두고 올해 3살이 된 ‘아마존 인디아’가 분주한 분위기다. 제프 베조스(52)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인들이 약 17억 달러(약 1조8700억원)를 쓸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디왈리에 인도 시장을 정복할 ‘승부수’를 걸고 있다.
지난 6월 베조스가 인도 아마존에 30억 달러(약 3조3300억 원)를 추가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마존이 인도 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현재까지 총 50억 달러(약 5조5600억 원)에 이른다. ‘인구 12억’ 거대 시장을 두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의 아성을 넘보는 중국의 알리바바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방향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동시에 통찰력이 엿보이는 베조스의 과감한 투자에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대감은 아마존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인도에 추가 투자를 발표한 6월7일부터 10월5일까지 아마존의 주가는 16.2%나 치솟았다.
더불어 베조스의 자산도 불어났다. 5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연간 ‘미국 억만장자 400인’에서는 무려 15년 동안이나 2위 자리를 지키던 워런 버핏(80)을 3위로 밀어내고 베조스가 2위 자리에 등극했다. 베조스는 670억 달러(약 74조4800억 원)을 보유해 810억 달러(약 89조9000억 원) 자산을 가진 빌 게이츠(61)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밖으로 범위를 넓히면 베조스는 세계 세 번째 부호가 된다. ‘부동의 1위’ 빌 게이츠와 베조스 사이에는 스페인 패션브랜드 자라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그룹 회장이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오르테가는 780억 달러(약 86조67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워런 버핏을 제친 베조스의 다음 타깃은 오르테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부호 2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프 베조스의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르테가가 성장기반을 둔 의류 회사는 이미 어느정도 포화 상태에 다다른 소비재 유통산업에 해당되고, 금융경제 성장과 함께 큰 돈을 벌었던 버핏 또한 둔화된 경제 박스권에 갇혀 비약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베조스는 겉잡을 수 없이 파이가 불어나는 IoT 시장에 단단한 말뚝을 박고 있다. 오르테가와 버핏이 저무는 ‘20세기형’ 산업의 결실을 봤던 사람들이라면, 베조스는 떠오르는 ‘21세기형’ 산업 종사자인 셈이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프 베조스의 자산은 전년 대비 20.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빌 게이츠는 5.8%,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8.9%, 워런 버핏은 4%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절대적인 금액으로 따져봐도 베조스는 한해 122억 달러(약 13조5700억 원)를 추가해 65억 달러(약 7조2300억 원)를 벌어들인 오르테가보다 크게 앞섰다. 오르테가가 전통적인 소비재(의류) 유통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만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조만간 베조스의 추격에 이들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빠르면 1~2년 사이 순위가 역전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베조스는 아마존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우주산업, 상업용 드론 등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손을 뻗어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부호들과 달리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는 의미다.
베조스가 2006년부터 시작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ㆍAmazon Web Service)는 일종의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아마존 판매자들의 재고관리나 데이터 저장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로, 효율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점차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자들로부터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AWS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 달러(약 11조1200억 원)에 달했다.
‘블루 오리진’이라는 이름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또한 베조스가 설립한 미래산업 육성 플랜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자체 개발한 우주 여객선인 ‘뉴 셰퍼드’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내년에는 전문 조종사의 시험 비행을 거쳐 2018년 일반인들의 우주여행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상에서 그는 상업용 드론을 물건 배송에 활용하는 것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택시를 택배에 활용하는 공유경제 모델로 ‘플라이휠’을 개발해 실험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 아마존은 의류 거래 중개에 그치지 않고 최근 자체 의류브랜드를 론칭해 조용히 영향력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아마존에서 가장 높았던 수익률은 의류산업이 기록한 40%이었다.
다방면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전자상거래라는 ‘본업’에도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마존이 뛰어든 인도의 전자상거래시장 매출 규모는 130억 달러(약 14조4500억 원)로 추산되는데, 인도에서는 전자상거래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해 2020년 연간 매출 800억~1000억 달러(약 88조~110조 원) 규모로 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프 베조스는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인도 비즈니스협의회 리더십 서밋에서 “인도 투자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며 “스타트업의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같은 베조스의 활약에 훨씬 밝은 앞날을 기대하는 시선도 적잖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최고 1000달러까지 잡고, 이를 달성한다면 베조스의 자산이 최소 850억 달러(약 94조1500억 원)가 된다고 추산했다.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